2026년 4월 27일 월요일 03:14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나" 구직 단념 20대, 전 연령대 1위
구선 기자koo@daum.net
취업 문턱 높아지자 ‘쉬었음’ 청년 증가…고용시장 경고등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노동시장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취업을 포기하는 20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골적인 경력직 선호 현상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으로 신입 채용 문턱이 유례없이 높아진 결과다.
27일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0대 구직단념자는 7만 3407명으로 전체 구직단념자(35만 4000명)의 20.7%를 차지했다. 이는 30대(5만 8653명), 40대(5만 704명), 50대(4만 5760명), 60대(6만 8947명) 등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한창 일자리를 찾고 사회에 진출해야 할 20대가 오히려 가장 먼저 구직의 뜻을 꺾는 역설적인 상황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고용 지표의 연쇄적인 악화도 뚜렷하다. 지난 3월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 7000명이나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전체 취업자 역시 14만 7000명이 줄어들며 41개월 연속 감소세라는 우울한 기록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은 43.6%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해 2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실업률은 7.6%로 치솟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 고용 부진의 이면에는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기업 채용 방식의 전환이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대규모 정기 공채가 사라지고, 당장 실무에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이 대세로 굳어졌다. 이로 인해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신입은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이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챗GPT 등 생성형 AI의 확산은 고용 한파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사무 보조, 단순 데이터 처리, 기초적인 코딩 등 과거 사회초년생들이 주로 담당하며 업무를 배워가던 이른바 '엔트리 레벨(진입 단계)' 일자리가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기존에 청년층 고용을 견인하던 주요 업종마저 불황을 겪으며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청년들은 아예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음' 상태에 머무는 청년은 지난 3월 기준 40만 2000명에 달했다.
반면, 이력서를 쓰며 적극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자는 63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5% 줄어들어 2015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계속된 서류 탈락과 면접 실패로 심리적 소진을 겪은 청년들이 구직 활동 자체를 멈추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직 단념의 고착화를 강하게 우려한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취업 실패 경험이 누적되면서 구직 포기로 이어지고, 스펙 경쟁 심화로 인한 심리적 위축까지 겹쳐 아예 은둔을 택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조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산업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이 따라가지 못해 청년층의 진입 경로가 단절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직무 역량 강화와 실무 일경험 확대를 골자로 한 '청년 뉴딜'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청년들이 첨단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훈련을 지원하고,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대폭 늘려 노동시장 진입의 징검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재정 지원 일자리나 수당 지급 위주의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교육을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게 전면 개편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청년층이 경제 활동의 주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지금 되돌리지 못한다면, 인구 절벽 문제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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