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일 일요일 16:45
고물가·고금리의 파고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인플레이션 압박은 커졌지만, 고용과 소비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에너지 가격은 다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단단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불안과 회복력이 동시에 읽히는 국면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가 일상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가장 큰 변수는 에너지다. 2월 말 이후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와 가솔린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내 일반 가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당 4.43달러까지 오르며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렸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전년 대비 3.2%를 기록해 연준의 목표치인 2%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 기대는 다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고용 시장에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일부 덜어냈다.
특히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 9000건으로 집계돼 196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가 오르고 기업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해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 심리도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컨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92.8로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다.
물론 주유소와 마트에서 느끼는 부담은 커졌지만, 일자리가 유지되고 임금 흐름이 버티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완전히 닫지는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세금 환급 효과와 AI 산업 호황,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주식 시장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회복력을 낙관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분명 강하지만, 동시에 여러 위험을 안고 있다. 고물가가 길어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소비자 금융 부담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유가가 더 오르면 소비 심리는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 자산 시장의 활기가 실물 경제의 부담을 얼마나 오래 가려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미국 경제의 현재 모습은 ‘호황’이라기보다 ‘버티는 힘’에 가깝다. 물가와 금리, 유가라는 세 가지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는 가운데 고용과 소비가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 버팀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느냐다. 이란 전쟁의 향방,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그리고 연준의 금리 판단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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