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3일 수요일 11:39
국민연금, 美 우량주 ‘줍줍’했다…어떤 종목 담았나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M7·반도체·방산·비트코인 관련주까지 늘린 장기 자금의 저가매수 전략

국민연금이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 1분기 미국 우량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 여파와 미국 증시 조정으로 주가가 밀린 시점을 활용해, 엔비디아·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 보유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3월 말 기준 미국 상장주식 562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유 주식 가치는 1316억8000만달러, 원화 기준 약 196조8000억원 규모다.
표면적으로 보면 평가액은 작년 말 1350억7000만달러에서 2.5%가량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보유 주식 수는 8억8843만주에서 9억886만주로 2.3% 증가했다.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은 줄었지만, 실제 보유량은 늘어난 셈이다. 단기 조정장을 ‘손실 회피’가 아니라 ‘매수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M7 비중 확대다. 국민연금은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테슬라 보유 주식 수를 적게는 1.9%, 많게는 3.8%까지 늘렸다. M7 전체 보유 주식 수는 1억4780만주에서 1억5165만주로 2.6% 증가했다.
다만 1분기 말 기준 M7 보유 평가액은 419억달러에서 382억달러로 8.9% 감소했다. 전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 기술주 차익실현이 겹치며 주가가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국민연금의 저가매수 전략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엔비디아는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분기 말 기준 보유 가치는 약 89억4000만달러로 전체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6.8%에 달했다. AI 반도체가 글로벌 증시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엔비디아를 장기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와 기술 인프라 관련주 투자 확대도 두드러졌다. 국민연금은 인텔 보유 주식 수를 5% 늘렸고, 브로드컴·오라클·텍사스인스트루먼트·램리서치 등 주요 기술주와 반도체 장비주 보유량도 확대했다.
이는 AI 산업이 단일 기업 중심의 테마를 넘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칩 설계, 장비, 전력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방산주 투자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연금은 보잉과 록히드마틴 보유 주식 수를 각각 4.9%, 2.6% 늘렸고, 팔란티어, RTX, 노스롭그루먼, GE에어로스페이스 등도 순매수했다. 중동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방산·항공우주 섹터를 포트폴리오 방어와 성장의 축으로 함께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자산 관련 투자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비트코인 매입기업 스트래티지 보유 주식 수를 61만4000여주에서 82만2000주가량으로 33.8% 늘렸다.
스트래티지는 사실상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강하게 연동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연금이 직접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기업 지분 확대를 통해 디지털자산 상승 흐름에 간접 노출을 늘린 셈이다.
반면 코인베이스글로벌 보유 주식 수는 소폭 줄였다. 이는 디지털자산 관련주 안에서도 거래소 비즈니스보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에 더 강한 베팅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 자금과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스트래티지 같은 기업은 ‘주식시장 안의 비트코인 프록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장기 자금이 시장 조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전쟁, 환율, 인플레이션, 금리 부담이 시장을 흔들었지만, 국민연금은 AI·반도체·빅테크·방산·디지털자산 관련주를 장기 성장축으로 보고 비중을 늘렸다.
결국 핵심은 ‘위기 때 무엇을 샀느냐’다. 국민연금은 조정장에서 현금을 쌓기보다 미국의 핵심 성장 산업에 더 깊게 들어갔다. 엔비디아와 M7은 AI 시대의 플랫폼 기업으로, 방산주는 지정학 리스크의 수혜 섹터로,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시장의 간접 투자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번 매수는 단순한 저가매수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장기 베팅에 가깝다. 전쟁 공포로 시장이 흔들릴 때 국민연금이 담은 종목들은 결국 AI, 반도체, 방산, 디지털자산이라는 다음 시장의 핵심 키워드와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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