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2일 월요일 07:05
AI 서버 한 대에 MLCC 1만개 시대…‘제2의 메모리 반도체’ 부상
김세윤 기자seyun3004@naver.com
AI 가속기 확산에 고사양 MLCC 수요 폭증 삼성전기·무라타 등 소수 업체만 공급 가능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특히 전력 공급과 전압 안정화에 필수적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자체 인공지능 전용 칩(ASIC) 개발에 나서면서 고성능 MLCC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에서는 PCB 한 장당 탑재되는 고사양 MLCC 수가 기존 수천 개 수준에서 1만 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대표 사례로 AMD의 차세대 AI 플랫폼 MI450은 특정 MLCC 사용량이 기존 1440개에서 1만544개로 약 6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 역시 고용량 MLCC 탑재량이 보드당 320개에서 500개 수준으로 확대됐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와 전력회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크기는 매우 작지만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에서는 전력 효율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필수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특정 고사양 MLCC 제품의 납기 기간은 과거 평균 8주 수준에서 최근 최대 20주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생산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I 서버용 고용량 MLCC는 높은 적층 기술과 생산 수율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TDK, 타이요유덴 등 소수 업체에 불과하다.
주요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공급 부족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1위 무라타의 신규 생산시설 역시 2027년 이후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CSP들은 장기공급계약(LTA)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AI 인프라 구축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급 계약을 선점한 대형 고객사는 우선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시스템 업체들은 현물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1조59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서버용 MLCC와 FC-BGA 등 고부가가치 부품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 경쟁이 MLCC 시장까지 확산되면서 향후 수년간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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