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수요일 14:55
"안 갖고 있다"는 선관위…사라진 투표용지 상자의 행방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증거보전 대상 지정 후 행방 묘연…선거 신뢰 훼손 논란 확산
![서울동부지법 김지연 부장판사(오른쪽)와 법원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 검증에 나서고 있다. 왼쪽은 증거보전을 신청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 [사진=연합뉴스]](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1103130345-780345758.webp)
선거는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 결과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처음부터 정치적 논란보다 행정적 혼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린 뒤 확보하려 했던 투표용지 보관상자마저 사라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안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투표용지 상자 하나가 아니다. 문제는 그 상자의 행방을 아무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장 관계자 역시 소재를 모른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원은 현장검증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확보에 실패했다.
물론 현재까지 해당 상자가 의도적으로 폐기됐거나 증거 인멸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보관 의무가 없는 물품일 수도 있다. 누군가 현장에서 가져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사실만이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도 중요하다.
특히 이번 상자는 단순한 종이 상자가 아니었다. 투표용지가 몇 장 인쇄됐고 얼마나 배치됐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행정 기록물이었다. 실제로 현장 사진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900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는 해당 투표소 선거인 수 대비 준비 물량이 충분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였다.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의혹이 제기되면 자료를 공개하고, 증거를 보존하고, 절차를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증거보전 결정이 내려진 뒤 핵심 물증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불신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음모론의 토양이 된다는 점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증거가 부족해도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반대로 선거관리기관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지만 관리 부실이 발생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결국 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록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더욱 중요해진 것은 CCTV 영상과 선관위 내부 메신저 기록이다. 법원이 이들 자료에 대해서도 증거보전을 명령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상자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누가 관리했는지, 당시 어떤 보고가 이뤄졌는지 확인된다면 불필요한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자금이 빠져나간다. 블록체인에서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거래 기록을 남긴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는 결과를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제도다.
사라진 상자 하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사라졌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다. 선거의 승패는 이미 결정됐을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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