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3일 화요일 12:24
미국서 보던 ‘마약 좀비’…수원 버스정류장에 나타났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영상 속 남자의 모습 [사진=sns 캡처본]](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2217398232-479641830.webp)
수원 한복판 버스정류장에서 벌어진 장면은 단순한 SNS 화제가 아니다. 등이 굽고, 양팔을 늘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던 한 남성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미국의 ‘펜타닐 좀비 거리’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경찰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펜타닐이 아니라는 경찰 설명이 불안을 덜어주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약물의 이름이 아니라, 마약 투약 의심자가 시민의 일상 공간을 아무 제지 없이 배회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에 기대왔다. 마약은 연예인이나 재벌가, 일부 유흥가의 일탈쯤으로 치부했고, 평범한 동네의 버스정류장과 아파트 단지 주변까지 번졌다는 현실은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이제 마약은 낯선 범죄가 아니다. SNS에서는 투약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고, 청소년에게는 전자담배·젤리·다이어트약 같은 익숙한 얼굴로 접근한다. 거래는 은밀해졌지만, 피해는 오히려 일상 가까이 다가왔다.
더 섬뜩한 대목은 신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시민이 공포를 느끼며 영상을 찍었지만, 즉시 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이 SNS 영상을 인지한 뒤 CCTV를 추적해 3시간 만에 붙잡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다행’이 시스템의 안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영상이 없었다면, 누군가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는 또 다른 거리와 또 다른 시민들 사이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마약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타락이나 호기심의 대가로만 볼 수 없다. 투약자는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환각과 판단력 저하, 돌발 행동은 주변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오가는 주거지, 학교 주변, 대중교통 공간에서 발생하는 마약 범죄는 그 자체로 공공안전의 붕괴다.
이제는 ‘마약청정국’이라는 과거형 자부심을 버려야 한다. 마약 범죄를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로 치부하는 순간, 대응은 늘 한발 늦어진다. 온라인 유통망을 정교하게 추적하고, 지역사회 신고 체계를 강화하며, 청소년 대상 예방교육을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약이 우리 곁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수원 버스정류장의 영상은 한 사람의 기이한 행동을 담은 짧은 클립이 아니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라는 안일함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마약청정국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영상의 배경은 당신이 사는 동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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