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6일 목요일 15:35
“나라 곳간 비었다면서 또 현금 살포”…추석 지원금, 정말 최선인가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의령 50만원·영동·완주 30만원 지급…지역경제 명분 앞세웠지만 재정 부담과 형평성 논란 불가피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고 자영업자의 매출은 줄고 있으며, 명절을 앞둔 가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장 반가운 소식처럼 들릴 수 있다.
통장이나 지역상품권에 수십만원이 들어오면 가계 부담을 잠시 덜 수 있고, 지역 상권에도 단기적인 온기가 돌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늘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해 온 상황에서 또다시 전 주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경남 의령군은 주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125억원을 투입한다.
충북 영동군과 전북 완주군도 각각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금을 지역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하기 때문에 돈이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원 대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주민등록만 돼 있으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은 정책 집행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과 충분한 소득과 자산을 가진 주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지원금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일시적인 현금 지급은 소비를 잠깐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역 경제의 생산성과 일자리, 인구 감소, 상권 경쟁력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지급이 끝나면 소비도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주민들은 다음 지원금을 기다리게 되고, 지방정부는 선거와 명절 때마다 현금 지급의 유혹을 받게 된다. 한 번 시작된 보편 지원금은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재원 조달 방식도 분명히 공개돼야 한다.
지자체가 충분히 쌓아둔 여유 재원으로 지급하는 것인지,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는 것인지, 지방채나 상급기관의 이전재원에 의존하는 것인지 주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지원금 10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 돈이면 노후 도로와 하수관을 정비하거나, 돌봄시설과 의료시설을 확충하거나, 청년과 기업의 지역 정착을 지원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주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정책과 5년, 10년 뒤에도 지역을 먹여 살릴 기반을 만드는 정책 중 어느 쪽이 더 책임 있는 선택인지 냉정하게 비교해야 한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자치단체일수록 미래 세입 기반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민 수가 줄고 기업과 상점이 빠져나가면 세금 수입도 줄어든다.
지금의 지원금이 결국 몇 년 뒤 더 높은 지방세 부담이나 복지·시설 예산 축소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민생지원금 자체를 무조건 나쁜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갑작스러운 재난이나 경기 급락으로 생계가 무너진 계층을 신속하게 돕기 위해서는 현금성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럴수록 지원 대상과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저소득층, 소상공인, 한부모 가정, 실직자 등 실제 피해가 큰 계층을 중심으로 두껍게 지원하는 방식이 전 주민에게 일률적으로 나눠주는 방식보다 재정 효과가 클 수 있다.
지역상품권 지급도 단순 소비 촉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과 영세 점포, 지역 서비스업 등 정책적으로 보호할 업종에 효과가 집중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얼마나 필요한 사람에게 갔는지, 실제 소비와 매출을 얼마나 늘렸는지, 재정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나라와 지방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명절마다 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민의 세금으로 주민에게 돈을 돌려주면서 이를 마치 공짜 혜택처럼 홍보해서도 안 된다. 지원금은 지자체장의 선물이 아니라 주민들이 낸 세금이다.
당장의 박수보다 미래의 부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민생을 살리겠다는 명분이 재정 원칙까지 무너뜨리는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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