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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3일 월요일 00:55

시장 침체·유동성 위축에 암호화폐 IPO 급랭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비트고 주가 부진 이후 투자심리 악화…“규제보다 자금조달 규모가 문제”

시장 침체·유동성 위축에 암호화폐 IPO 급랭

암호화폐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이 시장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투자은행 코헨앤컴퍼니 캐피털마켓의 블록체인·암호화폐 부문 총괄 크리스티안 로페즈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기업들의 기업공개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됐다고 진단했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 이후 올해도 대규모 IPO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클과 불리시는 각각 미국 증시에 상장된 뒤 암호화폐 기업의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았다. 특히 불리시는 공모가 37달러(환화 약 5만 5651.70원)로 상장한 뒤 첫 거래를 90달러(환화 약 13만 5369원)에서 시작하는 등 초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첫 주요 암호화폐 IPO 가운데 하나였던 디지털자산 수탁기업 비트고의 주가가 상장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트고는 지난 1월 공모가 18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첫 거래에서는 20달러를 웃돌며 강세를 보였지만 상장 첫날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고, 이후 암호화폐 시장 약세와 맞물리며 주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비트고의 부진이 상장을 준비하던 다른 암호화폐 기업들의 기업가치 산정과 투자자 수요 조사에도 부담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로페즈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강제청산 사태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서 상당한 유동성이 빠져나갔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인공지능과 대형 기술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남아 있는 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 기업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크라켄 운영사 페이워드를 비롯해 이더리움 인프라 기업 컨센시스, 하드웨어 지갑 업체 렛저,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 등이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추진 속도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암호화폐 지갑·거래 서비스 기업 블록체인닷컴과 기관 대상 디지털자산 중개업체 팔콘엑스 등 일부 기업은 여전히 상장 준비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로페즈는 현재 IPO 시장의 핵심 문제는 규제 환경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제도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기업이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원하는 기업가치로 조달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무리하게 상장하면 공모가를 낮춰야 하고,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커진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할 경우 기업의 신뢰도와 향후 추가 자금조달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기업들의 주가 부진도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상장된 비트고와 불리시, 제미니 등 주요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첫 거래 가격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니는 상장 당시 가격보다 약 89%, 비트고는 약 77%, 불리시는 약 71%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기업의 성장 가능성보다 시장 변동성과 수익구조 불확실성을 더욱 크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수탁기업은 거래량과 자산 가격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회복과 암호화폐 거래량 증가가 IPO 시장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페즈는 시장 사이클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올해 10월 전후 바닥을 형성한 뒤 점진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은 시장 분석가 개인의 예상으로, 실제 가격 흐름은 미국 통화정책과 기관 자금 유입, 지정학적 위험, 파생상품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단기 침체와 달리 전통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도입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결제기업들은 토큰화된 채권과 머니마켓펀드, 스테이블코인 결제, 디지털자산 수탁 인프라 구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IPO 시장이 완전히 닫힌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더 나은 기업가치와 자금조달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과 시장 유동성이 회복되고 기존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경우 연기됐던 크라켄과 컨센시스, 렛저, 그레이스케일 등의 상장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암호화폐 기업들은 IPO 대신 사모투자와 전략적 투자 유치, 인수합병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규제 명확성뿐 아니라 시장 유동성 회복과 기존 상장 기업의 주가 안정이 함께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빈 기자 wbpark@nanryn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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