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0일 월요일 07:23
포켓몬·마리오·나루토까지...美 정부 SNS에 결국 일본도 나섰다
지서윤 기자se8ll@naver.com
일본 정부, 자국 유명 IP 정치·정책 홍보 활용에 우려…포켓몬 측 “사용 허가 안 했다”

포켓몬과 슈퍼마리오, 나루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미국 정부의 정치·정책 홍보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양국 사이에 예상하지 못했던 '콘텐츠 외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대표적인 문화 지식재산권(IP)이 미국 정부기관의 정치적 메시지에 활용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논란이 단순한 온라인 패러디를 넘어 외교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기관이 포켓몬과 슈퍼마리오, 나루토 등 일본의 유명 캐릭터와 콘텐츠를 정치·정책 메시지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콘텐츠와 캐릭터가 권리자의 허가 없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활용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제작한 이민 단속 홍보 콘텐츠다. DHS는 지난해 9월 공식 SNS 계정에 이민 단속과 체포 장면을 포켓몬 애니메이션 영상과 결합한 콘텐츠를 게시했다.
영상에는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음악 등이 사용됐으며 포켓몬을 연상시키는 표현과 함께 이민 단속 장면이 교차 편집됐다.
영상 후반부에는 체포된 사람들을 포켓몬 카드처럼 표현하는 연출까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어린이와 가족에게 친숙한 포켓몬 캐릭터와 이민자 체포라는 민감한 정책 이슈가 결합하면서 해당 콘텐츠는 공개 직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포켓몬 측의 허가를 받았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포켓몬컴퍼니인터내셔널은 직접 입장을 밝혔다. 포켓몬 측은 해당 영상의 제작이나 배포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전에 허가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기관이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콘텐츠임에도 정작 IP를 보유한 기업은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켓몬 측의 이 같은 입장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단순한 인터넷 패러디를 넘어 지식재산권 사용 문제로 확대됐다.
특히 포켓몬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캐릭터가 이민 정책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활용될 경우 권리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특정 정책이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포켓몬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관련 기관의 SNS 콘텐츠에는 슈퍼마리오와 나루토 등 일본의 다른 유명 콘텐츠를 연상시키거나 활용한 게시물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콘텐츠가 미국 정부의 정책 홍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일본에서도 문제의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게임과 애니메이션 산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핵심 문화산업으로 성장했다.
포켓몬과 슈퍼마리오는 게임과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캐릭터 상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나루토 역시 전 세계적인 팬덤을 확보한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IP다.
이런 콘텐츠가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국가의 이민이나 국경통제 등 논쟁적인 정책 메시지에 사용될 경우 콘텐츠가 구축해온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기관은 최근 SNS에서 젊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넷 밈과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딱딱한 보도자료 대신 온라인에서 익숙한 콘텐츠 형식으로 전달해 확산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관리되는 유명 캐릭터나 콘텐츠를 정부기관이 활용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권리자의 허가가 없었다면 저작권과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메시지와 결합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한 논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안에서 포켓몬 측이 공개적으로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논란은 미국 정부기관의 SNS 홍보 방식을 넘어 국가 간 문화 IP 보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대응을 미국에 대한 강력한 공식 항의나 사용 중단 명령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일본 측이 자국의 유명 IP가 정치·정책 홍보에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적절한 사용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의 활용 문제가 외교 경로를 통해 논의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각국 정부가 다른 나라의 문화 IP를 어디까지 정책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포켓몬처럼 권리자가 직접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힌 사례까지 나온 만큼 정부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문화 IP를 정치·정책 메시지에 활용할 때는 권리 관계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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