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2일 수요일 00:17
AI가 블록체인 수요 키운다…그레이스케일 “에이전트 금융이 새로운 성장동력”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AI 스스로 결제·거래하는 시대…검증 가능한 기록·탈중앙 AI 확산에 퍼블릭 블록체인 역할 주목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퍼블릭 블록체인 자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도입이 에이전트 기반 금융과 검증 가능한 디지털 기록, 탈중앙화 AI 인프라 등의 발전을 촉진하면서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따라 정보를 검색하고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금융상품을 거래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금융과 결합한 것이 '에이전트 금융(Agentic Finance)'이다.
기존 자동매매 프로그램은 사람이 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거래를 실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최근 등장하는 AI 기반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선택지를 판단한 뒤 정해진 정책 범위 안에서 스스로 행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에이전트 금융 생태계에서는 거래와 포트폴리오 관리뿐 아니라 디파이(DeFi) 수익 관리와 결제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경제활동의 새로운 참여자로 등장하면 결제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인 AI 에이전트가 기존 금융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프로그램이 지갑을 이용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사전에 설정된 조건에 따라 거래를 실행하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트 사이의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블록체인에서 24시간 거래할 수 있어 기계와 기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액·자동 결제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AI 에이전트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시장에서는 x402와 같은 결제 프로토콜도 성장하고 있다. 에이전트 금융 관련 분석에 따르면 x402의 누적 결제 규모는 50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Base와 Solana뿐 아니라 BNB체인과 폴리곤 등으로 지원 네트워크도 확대되고 있다.
AI 시대에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검증 가능한 기록'이다.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와 AI 에이전트의 행동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어떤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했던 정보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이후 변경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와 데이터를 여러 네트워크 참여자가 공유하는 원장에 기록하고 이후 변경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따라 AI가 활용한 데이터의 출처와 AI 에이전트의 거래 이력, 디지털 자산의 소유관계 등을 검증하는 기반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에서는 이러한 검증 기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자산을 관리하거나 직접 거래를 실행할 경우 어떤 판단에 따라 어떤 자산을 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체인 거래 기록을 활용하면 AI 에이전트의 자산 이동과 거래 결과를 추적할 수 있어 향후 감사와 리스크 관리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 축은 탈중앙화 AI(Decentralized AI)다. 현재 대규모 AI 시장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AI 모델 등을 분산형 네트워크에서 거래하거나 공유하려는 프로젝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확대되면 컴퓨팅 자원 제공자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AI 모델이나 데이터의 소유권을 관리하는 경제 시스템이 필요해질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토큰은 이 과정에서 참여자 간 거래와 보상을 처리하는 인프라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곧바로 모든 퍼블릭 블록체인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블록체인을 이용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존재해야 하고 기존 금융·결제 시스템보다 비용과 속도,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AI 에이전트가 직접 자산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스마트컨트랙트 오류와 지갑 보안, 잘못된 AI 판단, 시장조작 등 새로운 위험도 등장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량이다.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서비스 비용을 결제하고 디파이에서 자산을 운용하며 거래 결과를 온체인에 기록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의 트랜잭션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퍼블릭 블록체인의 주요 성장 동력이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와 디파이, NFT 등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블록체인 이용자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거래하고 결제하는 경제 주체로 발전할수록 이를 지원하는 결제·거래·검증 인프라 경쟁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단순한 시장 테마를 넘어 퍼블릭 블록체인의 실제 사용량을 확대하는 새로운 수요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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