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5일 월요일 04:05
3년째 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한은 “정리해야 경제가 산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증가…정상기업 투자·고용까지 위축

한국은행이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적기 퇴출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금리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기업 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부실기업이 시장에 남아 있을수록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까지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이상 1을 밑돈 기업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3년 넘게 영업이익이 대출 이자보다 적은 기업이다.
이번 분석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뿐 아니라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소규모 비외감기업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중심의 부실 분석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더 넓게 퍼져 있는 중소·소규모 기업의 부실 문제까지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특정 산업 안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상기업의 투자, 고용, 생산성, 수익성이 함께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 시장에 남아 자금, 인력, 거래처 등 한정된 자원을 계속 점유하면 정상기업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이른바 ‘혼잡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같은 산업 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약 0.14~0.18%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은 2~3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규모 비외감기업이 한계기업 증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여력이 약하고 거래처 의존도가 높은 작은 기업일수록 산업 내 부실 확산에 더 취약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한계기업 퇴출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한계기업의 25%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총요소생산성은 0.20%, 부가가치는 0.3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투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산 효율성을 뜻한다. 부실기업에 묶여 있던 자본과 인력이 더 생산적인 기업으로 이동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이 항상 긍정적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거래 관계를 통한 전이 효과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계기업과 거래하던 협력업체나 납품기업이 대금 회수 지연, 거래 중단 등의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조정이 단순히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방식으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적시에 정리하되, 정상기업으로 부실이 번지지 않도록 금융지원, 거래 안정 장치, 산업별 충격 완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태 한국은행 차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 퇴출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정상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완 정책을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둔화 속에서 기업부채 관리가 금융시장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계기업 정리는 단기적으로 고용과 거래망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배분 효율성과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도 한계기업 문제는 은행권 건전성과 신용시장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취약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금융기관의 대손 부담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대출 태도와 자금시장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다만 구조조정의 속도와 방식에 따라 경제 전반의 충격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앞으로 기업부채 관리와 구조조정 정책이 금융권, 신용시장, 증시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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