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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6일 화요일 08:37

종전은 끝이 아니다…한국 경제 덮치는 ‘3고’ 후폭풍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유가 안정에도 물가·금리·환율 압박 여전 코스피는 웃었지만 내수와 서민 체감경기는 다시 시험대

종전은 끝이 아니다…한국 경제 덮치는 ‘3고’ 후폭풍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는 분명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빠르게 반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순매수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도 소폭 내려왔다. 전쟁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던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점만 놓고 보면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종전은 위기의 끝이 아니라 비용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도착하는 시작일 수 있다. 시장은 전쟁이 끝났다는 뉴스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전쟁이 남긴 비용은 훨씬 늦게 실물경제에 스며든다. 원유 수급, 물류 병목, 정유시설 복구, 항만 정상화, 환율 불안, 금리 압박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종전 합의 직후 하락했지만,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급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80달러대 중후반에 있다. 전쟁 전 가격대를 생각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문제는 유가가 단순히 주유소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가는 물류비, 공산품 가격, 외식비, 공공요금까지 밀어 올리는 물가의 기초 비용이다. 이미 국내 석유류 물가는 큰 폭으로 뛰었고, 생산자물가도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하반기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지금보다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 부담도 따라온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시 긴축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전쟁 이후 유가와 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한국은행도 자유롭지 않다. 환율 방어와 물가 안정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 더 민감한 변수는 환율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세계 공통의 부담이라면, 고환율은 한국에서 유독 날카롭게 작동한다. 원·달러 환율 1500원대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경험했던 수준이다.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며, 해외여행·유학·원자재 수입 비용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친다.

증시 반등만 보고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전 소식에 코스피가 급등하고 외국인이 돌아온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금리와 환율, 글로벌 위험 선호에 따라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 기업 실적 전망이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고환율과 고금리가 길어지면 내수 기업과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세계는 2고, 한국은 3고’라는 말로 압축된다.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부담을 안고 있다면, 한국은 여기에 고환율까지 더해진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며, 가계부채 부담까지 큰 구조에서는 3고 충격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종전 이후 정책의 우선순위도 분명해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이다. 유가 하락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가격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필요하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동시에 덮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이 이들이다.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물가와 금리, 환율 충격을 견디려면 경제 체력 자체를 키워야 한다. 규제 개혁,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편, 교육 혁신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재정으로 막고 금리로 버티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경제의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시장은 종전에 환호했지만, 가계와 기업은 이제부터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유가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는지, 미국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원화가 언제쯤 강세로 돌아설 수 있는지가 하반기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종전은 불확실성을 줄였지만,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3고의 무게를 없애지는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냉정한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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