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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8일 목요일 05:21

홈플러스 회생 ‘빨간불’…메리츠 1천억 대출에도 MBK 보증 조건 충돌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메리츠 “김병주 회장 개인보증 확인돼야 집행”…MBK “실현 불가능” 맞서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정상화 작업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긴급운영자금 1천억원 지원을 의결했지만, 대출 실행 조건을 두고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입장 차가 커지면서 회생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전날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에 보낸 ‘홈플러스 DIP파이낸싱 관련 최종 제안’ 공문에서 오는 19일 오전까지 1천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DIP파이낸싱은 회생 절차 중인 기업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방식이다.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신용도가 급격히 낮아져 일반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만큼, 영업 지속과 회생계획 이행을 위해 별도 자금이 필요하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1천억원 지원과 별개로 MBK파트너스 측에 추가 책임을 요구했다. 공문에는 메리츠 지원금을 제외한 회생절차 필요 자금과 부족분 1천억원을 MBK파트너스나 지정회사가 직접 추가 조달해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등 책임 있는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은 물론 김병주 회장의 개인 일반보증 제공 의사가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메리츠금융은 “거래 성사를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제시했으며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했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의 유효기간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7월 3일까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 집행안을 최종 승인했다. 메리츠 측은 “이 자금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적법하고 유효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메리츠의 제안이 실제 자금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에 필요한 자금은 약 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MBK파트너스가 1천억원가량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데, MBK 측은 이를 사실상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MBK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약 2천200억원의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고, 법인·개인 보증도 제공하는 등 가용 신용을 한계까지 썼다는 입장이다. 이미 회사 차원의 보증을 제공하겠다고 한 만큼 김 회장 개인 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메리츠금융은 MBK의 추가 자금 조달 방안으로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 동의도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부동산에 대해 기존 대출기관들이 추가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메리츠는 MBK가 홈플러스의 대주주이자 경영 책임자로서 회생에 필요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는 추가 보증과 자금 투입 요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홈플러스는 현금 고갈에 따른 파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리츠는 추가 자금 집행에 대한 주주 반발을 우려하고 있고, MBK는 추가 자금 투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금 조달이 최종 무산될 경우 파장은 홈플러스 내부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질 수 있고, 마트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도 심화할 수 있다. 유통망 붕괴가 지역 상권과 납품업체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회생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말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으로 매각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인수사의 지급보증으로 상품 공급이 정상화된 이후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익스프레스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회사는 회생 절차 개시 후 실적 부진이 구조적 수요 감소라기보다 일시적인 상품 공급 차질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마트사업 역시 고객 수요가 견고하며 상품 공급만 정상화되면 단기간 내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MBK 측은 “홈플러스의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 회생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 과정이 중단된다면 그 모든 희생이 물거품이 되고 많은 이들의 생계가 피해를 입을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국회와 정부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회생절차의 향방이 금융권과 대주주 간 협상 문제를 넘어 고용과 협력업체 생존 문제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 홈플러스 회생 사태, 왜 여기까지 왔나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온라인 유통 경쟁 심화, 높은 재무 부담이 겹치면서 경영난이 커졌다. 대형마트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성장, 소비 패턴 변화, 오프라인 점포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압박을 받아왔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영업 정상화를 위해 상품 공급 회복과 자금 조달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회생기업은 신용도가 낮아져 기존 거래처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상품 공급이 흔들리면 매출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쟁점의 핵심은 회생에 필요한 신규 자금을 누가, 어떤 책임 아래 부담하느냐다. 메리츠금융은 채권자 입장에서 대출금 회수 가능성과 주주 책임을 중시하고 있고, MBK파트너스는 이미 상당한 자금과 보증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7월 3일로 다가오면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홈플러스 회생안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회생이 무산되면 대형 유통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 임대인, 근로자, 지역 상권까지 연결된 사회적 비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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