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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9일 목요일 06:44

“이래서 헬조선인가”…한국 밥상 물가, 세계 최고 수준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전체 물가는 낮다는데, 왜 장바구니는 이렇게 무거운가

[자료=AI 생성이미지]
[자료=AI 생성이미지]

한국의 음식료품 가격이 구매력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올랐다.

숫자는 꽤 충격적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146이다.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46%나 높다는 뜻이다.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스위스뿐이다.

스위스가 147, 한국이 146이다.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밥상 물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더 불편한 대목은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식료품 가격 수준은 2022년 152로 공동 2위, 2023년 150으로 1위, 2024년 146으로 2위를 기록했다. 3년째 OECD 최상위권이다. 물가가 잠깐 튄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장바구니 부담이 구조적으로 높은 상태에 고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전체 소비 물가만 놓고 보면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낮다. 가계 최종 소비 물가지수는 78로, 38개 회원국 중 23위다. 주거, 교통, 여가·문화, 음식·숙박 등의 물가가 평균보다 낮게 잡힌 영향이다.

하지만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물가는 통계의 평균과 다르다.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아이 반찬거리를 살 때, 쌀과 달걀과 우유를 고를 때 느끼는 부담은 숫자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전체 물가지수가 낮다고 해도, 밥상에 올라가는 품목이 비싸면 사람들은 물가가 낮다고 느끼지 않는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일본은 121, 미국은 107, 프랑스는 100, 독일은 95.2, 영국은 91.4다. 한국의 음식료품 가격 부담이 유럽 주요국보다도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헬조선 밥상’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자조나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문제는 식료품이 선택 소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나 명품은 안 사면 그만이지만, 먹는 것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식비 비중은 더 높고, 식료품 가격 상승은 곧바로 생활 수준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에게 장바구니 물가는 가장 잔인한 물가다.

월급은 천천히 오르는데, 마트 계산대 앞 금액은 빠르게 오른다. 외식은 줄일 수 있어도 식재료까지 줄이는 순간 생활의 질은 급격히 나빠진다.

더 큰 문제는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고환율, 높은 수입 원가, 농축수산물 생산비 상승, 유통 구조, 기후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어느 하나만 손본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를 말할 때 여전히 평균 지표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전체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말은 통계적으로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 경제의 민생 불안은 이제 금리나 집값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지고, 가계대출이 늘고,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순간 소비 여력은 빠르게 사라진다. 밥상 물가는 단순한 생활비 문제가 아니라 내수와 체감 경기, 나아가 사회적 불만을 키우는 핵심 변수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3년 연속 OECD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이 매일 먹는 것에서부터 부담을 느끼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경제라고 보기 어렵다.

전체 물가가 낮다는 통계 뒤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밥상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평균 물가 안정이라는 설명이 아니라, 왜 한국의 밥상만 유독 비싼지에 대한 정직한 진단이다. 그리고 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적 처방이다.

‘헬조선 밥상’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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