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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7일 월요일 21:57

“거짓말의 대가” 윤석열 판결이 국민의힘에 남긴 397억원 청구서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허위사실 공표 1심 유죄로 당선무효형…개인의 정치적 책임이 정당과 국민 부담으로 번져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은 한 정치인의 거짓말이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정당 전체에 얼마나 무거운 비용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것은 말실수나 모호한 기억이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건진법사 전성배씨 역시 선거 과정에서 당 관계자에게 처음 소개받았으며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윤 전 대통령과 전씨의 교류 정황 등을 토대로 두 발언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후보자의 사적인 친분을 둘러싼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검찰권 행사와 비선 인사의 국정 개입 가능성에 관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린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후보자의 말을 법률가의 언어가 아니라 일반 유권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말이 실제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의 공개 발언은 사후에 법률적 해석을 덧붙여 의미를 좁힐 수 있는 계약서 문구가 아니다.

유권자가 선거 당시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하다.

불리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단호한 표현으로 부인하고, 문제가 되면 뒤늦게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방식이 허용된다면 선거에서 진실을 말할 의무는 유명무실해진다.

이번 판결이 무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판부는 허위 발언이 선거 결과를 직접 좌우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후보자가 제공한 정보가 사실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유권자의 선택도 정당성을 얻는다.

더 큰 문제는 그 대가가 윤 전 대통령 개인에게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는 벌금이나 추징금처럼 윤 전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는 돈이 아니다. 정당이 당비와 후원금, 정당 운영 자산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할 비용이다.

국민의힘의 현금성 자산이 약 190억원 수준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만큼 판결 확정 시 당 운영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후보자의 발언 때문에 현 지도부와 당원들이 수백억원을 떠안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은 후보자의 선거운동으로 권력을 얻으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함께 부담하는 조직이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발언과 이미지를 앞세워 선거를 치렀고 그 결과 정권을 획득했다.

후보의 승리는 정당의 승리로 받아들이면서 후보의 위법행위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는 것은 책임 정치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

397억원 반환 규정은 단순한 재정적 처벌이 아니다. 허위사실을 이용해 얻은 선거 결과에 국가가 지급한 비용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선거비용 보전은 후보자와 정당이 법을 지키며 선거를 치렀다는 전제 위에서 제공되는 공적 지원이다.

그 전제가 무너졌다면 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제도의 논리적 결과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당일 곧바로 항소했다.

변호인단은 사실인정과 법리 적용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피고인에게 항소는 당연한 권리다.

1심 판결만으로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항소가 정치적 해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당시 자신의 발언이 왜 사실과 달랐는지, 유권자에게 어떤 잘못된 인식을 줬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다른 재판을 언급하며 맞불을 놓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다른 정치인의 사법 문제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의 진실 여부를 바꾸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우리만 책임져야 하느냐”가 아니다.

대선 후보의 발언을 당 차원에서 검증했는지,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후보자의 해명을 그대로 반복하며 유권자의 판단을 흐린 책임은 없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정당이 397억원 반환 가능성만을 재정적 재난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판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더 무거운 손실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선거에서 유리하기 위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인해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인식이 유지된다면 비슷한 일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검법에 규정된 신속 재판 원칙대로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대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 질문은 이미 남았다.

대통령 후보의 거짓말로 의심되는 발언이 선거를 통과하고, 그 대가를 수백억원의 공적 비용으로 치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윤 전 대통령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도, 국민의힘만의 재정 문제로 축소할 수도 없다.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정당, 사실보다 진영 논리를 앞세운 정치권, 불리한 질문을 정치공세로 치부해온 문화가 함께 만든 결과다.

397억원은 단순한 반환금이 아니다. 선거에서 진실을 가볍게 취급한 정치가 받아든 청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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