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4일 금요일 00:15
이더리움 L1, 포세이돈 대신 SHA-2·BLAKE2s 검토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스나크 친화적 해시”에서 “기존 해시에 최적화된 스나크”로…보안 검증성과 범용성 강화

이더리움이 레이어1의 영지식 증명 기술에 적용할 해시 함수 전략을 전환한다. 스나크(SNARK)에 특화된 포세이돈(Poseidon) 대신 SHA-2와 BLAKE2s처럼 오랜 기간 사용되고 검증된 해시 함수를 활용하는 방향이다.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X를 통해 이더리움 레이어1 로드맵에서 포세이돈을 제외하고 SHA 또는 BLAKE 계열 해시 함수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드레이크는 이번 결정을 8년에 걸쳐 진행된 양자내성 암호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현재 이더리움 메인넷의 해시 함수를 즉시 교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영지식 증명과 양자내성 보안을 결합하는 레이어1 설계 방향을 변경한다는 뜻에 가깝다. 저스틴 드레이크 발표
포세이돈은 스나크와 같은 영지식 증명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연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해시 함수다. 일반적인 해시 함수는 이진 연산을 중심으로 작동하지만, 기존 스나크 시스템은 유한체 위의 산술 연산을 활용한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SHA-2 같은 일반 해시 함수를 스나크 회로에서 증명하려면 많은 연산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업계는 증명 과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포세이돈과 같은 ‘스나크 친화적 해시 함수’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스나크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해시 함수를 영지식 증명에 맞게 바꾸는 대신 스나크 시스템 자체를 SHA-2와 BLAKE2s의 이진 연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드레이크는 이를 기존의 ‘스나크 친화적 해시’에서 ‘해시 친화적 스나크’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Binius와 Flock 등의 연구를 통해 이진 필드 기반 증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해시 함수도 스나크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SHA-2와 BLAKE2s 같은 기존 해시 함수의 스나크 증명 성능은 초당 약 100만건 수준까지 향상됐다.
포세이돈이 제공했던 성능상 이점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전용 해시 함수를 레이어1에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낮아졌다.
이번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 검증성이다. SHA-2는 정부기관과 금융회사, 인터넷 보안 시스템 등에서 폭넓게 사용돼 왔다.
BLAKE2s 역시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빠르게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오랜 기간 암호학계의 분석을 받았다.
반면 포세이돈은 2019년 제안된 비교적 새로운 해시 함수다. 영지식 증명에서는 효율적이지만 기존 함수보다 사용 기간과 보안 검증 이력이 짧다.
이더리움이 검증된 함수를 선택하면 새로운 암호 구성요소를 도입하면서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활용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SHA-2는 다양한 프로세서와 보안 장비에서 가속 기능을 지원한다. 개발 도구와 라이브러리도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어 구현과 감사를 단순화할 수 있다.
향후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비한 해시 기반 서명 체계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해시 기반 서명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해시 함수를 핵심 보안 요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SHA-2 또는 BLAKE 계열을 채택하면 양자내성 기술 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암호 구성요소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번 발표만으로 SHA-2와 BLAKE2s 가운데 어떤 함수가 최종 선택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메인넷 도입 일정 역시 추가 연구와 개발자 논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포세이돈이 이더리움 생태계 전체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레이어2와 영지식 롤업, 개별 애플리케이션은 필요에 따라 포세이돈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이더리움 레이어1의 장기 로드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이번 변화는 영지식 증명 기술의 발전이 암호 설계의 선택 기준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명 효율만을 위해 새로운 해시 함수를 만들기보다 기존 보안 표준을 효율적으로 증명하는 방향이 가능해지면서 이더리움은 성능과 보안 검증성을 함께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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