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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4일 월요일 07:49

‘16년 기다린다’…8800억 기술펀드 시동

지서윤 기자se8ll@naver.com

공공자금 6800억원 투입…AI·반도체 등 첨단산업 40% 투자

‘16년 기다린다’…8800억 기술펀드 시동

금융위원회가 첨단기술 기업에 최대 16년간 자금을 공급하는 8800억원 규모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운용사 모집공고를 내고 총 7개 운용사를 선정하여, 이르면 연말부터 실제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펀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6년’이다.

기존 정책성 펀드는 통상 8~10년 정도 유지되고 투자기간도 4~5년 수준이었다. 반면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존속기간을 13~15년으로 설정하고 한 차례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대 16년까지 운용할 수 있다. 실제 투자기간도 6~7년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이처럼 투자 시간을 크게 늘린 이유는 ‘기술의 시간’과 ‘금융의 시간’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바이오나 반도체, 우주항공 같은 분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바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연구개발과 시험, 인증을 거쳐 대량생산과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 창업기업은 설립부터 상장까지 평균 14년이 걸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반면 투자자금은 그보다 빠른 회수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기술은 있어도 상용화까지 버틸 돈이 부족해지는 구간이 생긴다.

이번 펀드가 겨냥하는 것도 이 ‘돈이 끊기는 시간’이다.

전체 8800억원 가운데 68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 6000억원과 재정 800억원으로 마련한다. 전체 자금의 약 77%를 공공부문이 부담하고 민간자금 비중은 23% 수준으로 낮춘다.

기존 정책성 펀드가 공공자금 20~40%, 민간자금 60~8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정부가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해 민간 운용사가 당장의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기업에 투자할 여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투자기간만 길어진다고 ‘인내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운용사가 여전히 빠른 IPO와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다면 펀드 수명이 길어져도 기존 투자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정부가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단기 재무성과뿐 아니라 기술투자 전문성을 따로 들여다보고, 조기 회수에는 불이익을 주는 구조를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정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문제에도 장치를 뒀다.

AI·반도체 이외 분야에 주목적 투자금의 40%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했다. 당초 검토했던 20%에서 두 배로 높인 것으로, 첨단 바이오와 방산 등 상대적으로 장기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분야로 돈을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투자할 기업의 기술력을 판단하는 기준도 마련됐다.

기술신용평가(TCB) 투자용 기술평가등급 상위 5등급 이상 기업이나 기술이전법에 따른 기술평가, 발명진흥법에 따른 IP 가치평가를 받은 기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인정된다. 운용사 역시 전문 운용인력과 외부 기술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췄는지 평가받는다.

결국 이번 펀드의 성패는 ‘얼마를 투자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8800억원이라는 규모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기업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자금이 끊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기술은 10년 넘게 걸리는데 금융은 몇 년 만에 성과를 요구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장에 나오기 전에 자금이 먼저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대 16년이라는 시간을 내건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기술기업에 돈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금융을 만들겠다는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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