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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4일 월요일 07:55

대졸도 안 통해…첫 직장 흔들

지서윤 기자se8ll@naver.com

대졸 정규직 취업 66% 하락…3년 내 이직률 63.4%로 급증

 대졸도 안 통해…첫 직장 흔들

최근 청년은 과거 세대보다 높은 학력을 갖췄지만 안정적인 첫 직장에 들어갈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이후 10년간 고용 안정성에서도 큰 격차가 이어져 ‘취업 여부’보다 ‘어디서 출발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 1998~2024년 자료를 이용해 세대별 청년기 노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최근 세대일수록 교육 수준은 높아졌지만 첫 직장을 정규직으로 시작하는 비율은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연구는 1962~1968년생을 ‘고도성장세대’, 1989~1998년생을 ‘저성장세대’ 등 네 세대로 나눠 총 1만4241명의 첫 일자리와 이후 노동경로를 추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첫 직장의 질이다.

첫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비율은 고도성장세대 12.7%에서 저성장세대 33.5%로 뛰었다. 최근 세대에서는 청년 3명 가운데 1명꼴로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했다는 의미다.

대학을 졸업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졸 이상 청년의 첫 일자리 정규직 비중은 고도성장세대 90.7%에서 저성장세대 66.0%로 24.7%p 떨어졌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이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과 상당 부분 연결됐다면 최근에는 그 공식 자체가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첫 직장의 불안정이 단순히 ‘첫 직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일자리 평균 유지기간은 고도성장세대 70개월에서 저성장세대 45.6개월로 약 2년 짧아졌다. 첫 직장을 10년 이상 유지한 비율 역시 35.6%에서 18.3%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대졸 이상 청년의 변화는 더 컸다.

첫 직장 평균 유지기간은 76.9개월에서 40.5개월로 줄었고, 3년 안에 첫 직장을 떠난 비율은 28.4%에서 63.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즘 청년은 끈기가 없어 직장을 자주 옮긴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고서에서도 여러 직장을 옮긴 뒤 실질임금이 상승한 사례가 확인됐다. 더 나은 조건과 경력을 찾아 이동하는 ‘전략적 이직’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의미다.

반면 일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실업을 경험하는 청년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10년 동안 2개월 이상 비취업 상태를 경험한 비율은 고도성장세대 49.7%에서 저성장세대 70.9%로 높아졌다. 두 차례 이상 비취업을 경험한 비율도 12.4%에서 31.4%로 뛰었다.

결국 ‘이직이 많아졌다’는 하나의 숫자 안에 경력 상승을 위한 이동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전혀 다른 청년들이 섞여 있다.

첫 직장을 어디에서 시작했느냐에 따른 격차도 상당했다.

저성장세대 가운데 첫 직장을 정규직으로 시작한 사람은 이후 10년 중 정규직 전일제로 근무한 기간이 82.1%였다. 반면 비정규직으로 출발한 사람은 31.1%에 그쳤다. 무려 51%p 차이다.

비정규직으로 출발했더라도 10년 안에 한 번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저성장세대에서 71.2%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정규직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57.7개월이 걸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평생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를 따라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청년 정책을 단순히 ‘몇 명을 취업시켰느냐’로 평가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몇 달 뒤 다시 실업 상태가 되거나 비정규직과 단기 일자리를 반복한다면 취업률만으로 청년 노동시장이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첫 일자리의 고용형태가 이후 10년의 노동경로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결과는 첫 취업의 ‘속도’만큼 첫 일자리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에 가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다는 과거의 공식은 이미 상당 부분 약해졌다.

이제 청년 노동시장의 질문도 ‘취업했느냐’에서 ‘어떤 직장으로 시작했고 그 뒤 어디로 이동했느냐’로 바뀔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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