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11:35
북한은 국경 요새화 속도전…한국은 대응 조직도 없다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MDL 긴장 고조…대북정책관실 복원 필요성 제기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 요새화 작업을 강화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전략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을 복원하고 대북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군사분계선 일대에 방어시설을 구축하며 국경선 요새화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남북 간 군사적 대립 구도를 장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과 한국군이 군사분계선의 기준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경계선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월선과 한국군의 경고 조치가 반복될 경우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의 요새화 작업에 한국군이 동일한 수준의 군사적 대응을 확대하면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근접 대치가 군사분계선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단순한 군사적 맞대응보다 북한군의 월선 규모와 시간, 무장 상태, 병력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분화된 대응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월선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문제 삼으며 전술적 타격 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과거 북한군에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이 현재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은 2024년 6월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최전방 지역 40여 곳에서 대남 소음방송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 등 생활 피해를 호소했으며, 가축 폐사 등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북한이 대남 소음방송으로 맞대응하면서 오히려 남측 주민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평가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9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학습효과를 언급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도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기존 대응 방식의 효과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남북 군사적 긴장을 관리할 정책 조직의 부재도 문제로 지목된다.
과거 국방부 대북정책관실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군사적 관점에서 조율하고 남북 군사접촉과 회담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대북 군사정책이 억제와 제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대북정책관실이 폐지됐다.
당시 북한정책과도 대북전략과로 명칭이 변경되며 대북 제재 관련 업무에 무게가 실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북한정책과 명칭은 복원됐지만, 대북정책관실은 여전히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북한정책과는 국방정책실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간경향은 현재 북한정책과장이 남북 군사접촉이나 회담 경험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과 정책 조정 조직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다.
과거 남북관계에서는 군사적 충돌 이후 군사회담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이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공식화한 이후에는 기존 방식의 군사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
그럼에도 군사분계선 해석 차이와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군사적 소통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국경선과 한국군이 인식하는 군사분계선 사이의 불일치가 지속될 경우 현장 병력 간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군사적 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충돌을 예방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북정책관실 복원 주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의 대북전략 수립과 군사대화 대응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다만 조직 복원만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대화 의지와 군사적 움직임, 남북 간 신뢰 수준 등이 향후 관계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북한의 군사분계선 요새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군이 억제력 강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어떻게 병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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