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2일 화요일 07:07
"월급 232만원인데 빚은 5천만원"…서울 청년 40%가 죽음을 생각한다
이윤호 기자bklove3474@naver.com
생활비 부족→고금리 덫→소득 단절…청년 채무 악순환의 실체

"빚을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청년들의 현실
월급 232만원. 생활비 118만원. 남은 돈은 114만원이다.
언뜻 충분해 보이지만, 이것이 서울 청년들의 현실이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공개한 개인회생 신청 청년의 평균 수치인데, 문제는 이 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빚을 낸다. 그리고 평균 5천만원대의 채무를 지게 된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들의 채무 규모는 상당하다. 4천만~6천만원 구간이 28.7%로 가장 많았고, 매달 갚아야 할 변제금은 평균 84만2천원이다. 월급의 36%를 채무 상환에만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응답자의 40.6%가 최근 1년 동안 죽음에 대한 충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빚을 지게 되는가
청년들이 빚을 지는 시작은 '생존'이다.
처음 빚을 지게 된 이유로 생활비 마련이 67.9%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주거비 28.9%, 가족 지원 19.9%, 사기 피해 18.8% 순이었다. 과소비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생활비가 부족할 때 뭘 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소비를 줄인다 (66%)
신용카드를 쓴다 (52%)
가족·지인에게 빌린다 (48.2%)
대출을 받는다 (46.7%)
소득으로 생활을 감당할 수 없으니 신용과 차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리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처음에 작은 빚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은 다르다.
빚이 상환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진 이유는:
실직·이직으로 인한 소득 공백 (53.4%)
다른 부채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짐 (49.6%)
높은 이자로 인한 채무 증가 (39.1%)
사업 실패 (28.1%)
특히 소득 공백과 사업 실패 비중은 2024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는 청년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번 빚을 지면,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게 된다. 고금리 신용대출로 기존 부채를 상환하다가, 결국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숨겨진 위기: 가족 부양과 금융사기
더욱 주목할 점은 '가족 지원'과 '사기 피해' 비중이 2024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자기 생활비만 해도 부족한데, 장애나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봐야 한다. 실제 응답자의 10.9%가 가족돌봄청년으로 조사됐다.
그 와중에 금융사기 피해까지 늘어나고 있다. 생활이 급박한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 광고나 투자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신호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명확히 지적했다.
"청년 부채 문제를 금융교육만으로 풀 수 없다. 일자리 안정과 긴급 생계 지원, 심리 지원, 법률·재무 상담을 함께 묶은 대응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도 이를 반영한다:
생활비 지원 (34.8%)
개인회생 절차 안내 (17.9%)
수입·지출 관리 재무 상담 (12.3%)
결국 이들에게는 '돈 쓰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생존할 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위협
현재 상황도 심각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고용 불안이 심화될 경우, 청년층 채무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40%가 죽음을 생각하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 채무는 더 이상 개인의 금융관리 문제가 아니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비, 가족 부양 부담, 금융사기 위험이 얽혀 있는 구조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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