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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6일 화요일 21:29

유가,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 5% 급락…브렌트 80달러 밑으로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미·이란 임시 합의 윤곽에 공급 차질 우려 완화…투자은행들 유가 전망 하향

유가,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 5% 급락…브렌트 80달러 밑으로

국제유가가 중동 전쟁 종식 기대감에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임시 합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21달러, 5.1% 하락한 배럴당 78.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70달러, 5.8% 내린 배럴당 76.0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3월 2일 이후, WTI는 3월 4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 유가는 이틀 연속 약 5%씩 밀리며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을 빠르게 반납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임시 합의 소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가 마련됐다고 밝혔고, 미국 당국자는 해당 합의가 서명과 함께 이란의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에 특히 주목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가던 핵심 수송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봉쇄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린 바 있다.

미즈호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원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이 곧 열릴 것이라는 가정에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발표된 불안정한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란 원유 수출 허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공급 불안 심리가 크게 완화됐다.

다만 합의가 실제로 최종 타결되고 에너지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상 운송과 원유 수출 흐름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지역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는 “현재 시장은 이번 계획의 성공 가능성에 상당한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상 문제, 제재, 전쟁의 핵심 원인이었던 핵 합의 등 까다로운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합의 기대감이 커지자 주요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을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 등은 중동 전쟁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이란산 원유 공급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반영해 원유 가격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유가 하락을 압박했다. 중국의 5월 경제지표는 회복세가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5월 원유 처리량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해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주요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는 국제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평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전쟁이 종료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가 완화되고,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환경도 원유 수요 전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요 글로벌 증권사들이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에는 두 차례 금리 인하 기대가 있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견조한 고용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다. 일본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 이는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에너지 가격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미국 원유 재고 지표도 주시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6월 12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원유 재고가 46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감소가 확인되면 미국 원유 재고는 8주 연속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초점은 당분간 중동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에 맞춰질 전망이다. 전쟁 리스크가 빠르게 낮아지고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커질 경우,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최종 합의가 지연되거나 해협 재개방이 늦어질 경우 유가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빠진 만큼, 시장은 향후 합의 이행 속도와 이란 원유 수출 재개 규모를 확인하려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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