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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4일 화요일 04:53

“33도 폭염에도 선풍기 못 켠다”…취약계층 덮친 ‘냉방 양극화’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전기요금 걱정에 냉방 포기…노인·노숙인·현장 노동자 무더위와 사투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시설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 일부 취약지역 주민들은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기 시작한 아침부터 마을의 천막 그늘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더위를 버티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이나 별도의 무더위 쉼터가 없다.

주민들은 처마 아래 덧댄 천막에 모여 냉커피를 나누며 밤사이 이웃에게 별일이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주민들은 밤에도 집 안의 열기가 빠지지 않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냉방기기를 장시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온종일 켜기 어렵다는 주민도 적지 않다.

일부 주민은 세탁기 옆 대야에 받아둔 물로 얼굴과 몸을 적시거나 하루 한 번 샤워하는 것으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폭염이 단순히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안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곳에 무더위 쉼터가 있더라도 고령자가 폭염 속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평일에는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말이나 운영시간 이후에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페와 같은 민간 공간을 이용하려 해도 장시간 머무르기 어렵고 비용 부담까지 발생해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거지가 없는 노숙인들도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서울역 인근 노숙인들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지하보도보다 야외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기고 있다.

지하 공간은 직사광선은 피할 수 있지만 습하고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오히려 체감 더위가 심해질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지원시설에서는 하루 여러 차례 얼음물을 나눠주고 있지만 폭염이 심해지면서 쉼터 이용자는 하루 200명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음주자의 쉼터 이용이 제한되면서 일부 노숙인은 폭염 속에서도 외부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더위로 인한 탈수와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음주까지 겹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생업을 중단할 수 없는 노동자들도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기계금속단지에서는 오전부터 고열을 발생시키는 기계와 용접 장비가 가동된다.

작업장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더라도 쇳가루와 먼지가 날리는 환경에서는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용접 작업자는 두꺼운 작업복과 보호장비, 헬멧을 착용한 채 고열과 불꽃을 견뎌야 한다.

외부 기온과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이 겹치면서 작업장 내부의 체감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배달 노동자들도 뜨겁게 달궈진 도로를 오가며 일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는 초밥과 김밥 등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어 배달 시간을 늦추기 어렵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수입을 위해 충분한 휴식 없이 운행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라이더는 냉각팬이 달린 조끼나 팔토시를 착용하고, 얼음이 녹은 물을 몸에 뿌리며 더위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햇빛과 아스팔트 복사열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개인 냉각용품만으로 온열질환 위험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폭염의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구는 에어컨과 제습기를 가동하고 실내에 머무를 수 있지만, 저소득층과 고령자에게는 전기요금 자체가 부담이다.

야외 노동자와 영세사업자는 일을 멈출 경우 소득이 끊기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

냉방비 지원과 무더위 쉼터 확대만으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와 운영시간을 고려해 쉼터를 배치하고, 주말과 야간 운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숙인 지원시설 역시 음주 여부만으로 이용을 제한하기보다 별도의 보호 공간을 마련하는 등 폭염기 탄력적인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업현장과 배달 현장에서는 일정 온도 이상일 때 실질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는 가운데 냉방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과 일을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새로운 사회적 격차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 대책이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주거와 노동, 복지 사각지대까지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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