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10:01
"200원 막으려다 시장 왜곡될라"…휘발유 억제책에 '출구전략' 경고등
지서윤 기자se8ll@naver.com
산업연,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 막을 연착륙 카드 짜야"

정부가 중동발 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 방어 효과가 숫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책 효과의 이면에 누적되는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서 '연착륙 출구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격 통제 조치가 없었던 고급휘발유와 비교했을 때 보통휘발유의 상대가격은 제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규제가 적용된 세 구간 동안 보통휘발유의 상대 하락 폭은 1차(3월 중순) L당 45.75원에서 2~6차 165.51원, 7차 이후(6월 말~9월 중순)에는 L당 239.48원까지 벌어졌다. 전국 17개 시도 주유소 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고가격제가 유가 급등기의 완충 장치 역할을 수행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규제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위적인 가격 상한선 유지는 정유사와 주유소 유통망의 수익성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가격 신호 왜곡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절감 유인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수혜가 모든 운전자에게 일괄 제공되어 소득 수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경제 전문가는 "과거 해외 사례에서도 원자재 최고가격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이나 유통망 경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국제 제품가와 환율 동향을 반영한 유연한 상한선 조정과 신속한 출구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단기 충격 완화 이후의 단계별 이탈 전략을 주문했다. 규제 축소 과정에서 전면적인 가격 통제 대신 ▲기초생활수급자 및 필수 운송업자에 대한 선별적 소득/유류비 지원 ▲주유소 간 가격 정보 투명성 강화 ▲유통 시장 경쟁 촉진 등의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와 시장 유통 현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 추이와 환율 변동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생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장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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