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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10:40

이태원 참사 영상 게임에 삽입…제작사 결국 사과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유가족 반발에 11월 12일 삭제 결정

이태원 참사 영상 게임에 삽입…제작사 결국 사과

세계적인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신작에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실제 영상이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참사 피해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제작사 측은 공식 사과하고 문제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게임사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삽입된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을 오는 11월 12일 업데이트를 통해 전면 삭제할 예정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23일 전 세계에 출시된 게임의 시네마틱 영상에 포함됐다. 약 3초 분량으로, 이태원 참사 직후 구조대원이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 실제 방송 자료화면이다.

게임은 북한의 남한 침공을 소재로 한 가상의 전쟁 상황을 다룬다. 문제 영상은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사용됐다.

실제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이 가상의 전쟁 피해 장면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이용자와 유가족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유가족의 충격이 컸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게임 제작사와 유통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해당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유가족 측은 참사 당시 시민들이 서로를 구조하던 절박한 상황을 게임 장면에 활용한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실제 참사 영상이 오락 목적의 콘텐츠에 사용되면서 희생자와 피해자의 존엄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측은 게임 배경 설정과 이태원 참사를 연결해 희생자를 폄훼하는 혐오성 댓글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2차 피해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좁은 골목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159명이 숨지고 다수가 다친 대형 사회적 참사다.

참사 이후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게임 연출 문제를 넘어 실제 재난 영상의 활용 범위와 콘텐츠 제작자의 윤리적 책임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됐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제작사 측에 영상 사용 경위 설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협회는 게임 진행 맥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실제 참사 영상이 사용되면서 유가족 등 피해 당사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상 입수 경로와 사용 허락 여부, 대체 영상 검토 과정 등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영상 사용의 위법성이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게임의 표현 자유와 피해자 보호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번 논란이 게임 전체에 대한 검열이나 유통 제한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작품의 창작 자유는 존중하되 실제 참사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논란이 확산하자 액티비전은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액티비전은 게임 속 실제 뉴스 보도 영상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비극적 사건을 연상시키거나 그 아픔을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일로 상처받았을 유가족과 피해자, 심려를 끼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제작사 측은 문제가 된 영상 자료를 11월 12일 배포할 업데이트에서 전면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논란 초기에는 해당 장면의 수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삭제 방침을 확정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게임과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실제 재난·참사 영상을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할 윤리적 기준을 다시 부각했다.

실제 사건을 창작물에 활용하는 행위 자체가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사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래 사건과 무관한 오락 콘텐츠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일수록 영상 사용 목적과 맥락,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영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참사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등 심리적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게임 제작사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보도 영상을 활용했더라도 피해자의 고통과 존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면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국가별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게임일수록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참사의 의미와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해질 수 있다.

액티비전이 영상 삭제와 사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실제 영상이 게임에 포함된 경위와 내부 검토 과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제작사의 후속 조치와 유가족 측 반응에 따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실제 참사 기록을 오락 콘텐츠에 활용할 때 표현 자유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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