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09:50
전자담배 유해성분 공개…발암물질 확인되나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성분 공개 확대에 소비자 안전 주목

정부가 국내 판매 담배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일반 담배뿐 아니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인체 발암물질이 확인되면서 전자담배의 건강 위험성과 담배업계의 정보 공개 책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 가운데 99개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인식해 온 소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내 제조·수입 담배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담배유해성관리법에 따른 첫 공식 검사다. 기존 담뱃갑에 표시된 니코틴·타르 함량과 일부 발암물질 정보를 넘어 제품별 유해성분 함량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검사 대상은 일반 담배 256개,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다.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각각 44종,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는 20종의 성분을 검사했다. 중복 항목을 제외하면 전체 검사 성분은 46종이다.
검사 결과 세 종류의 담배 모두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이 확인됐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액상형 전자담배 검사 결과다.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 모두에서 니코틴과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이 검출됐다. 니코틴 함량은 액상 1g당 5.7~20.0㎎으로 나타났다.
또한 99개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확인됐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가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이 밖에도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인 NNN과 NNK, 비소 등 유해성분이 일부 제품에서 검출됐다.
다만 이번 액상형 전자담배 검사는 사용자가 실제 흡입하는 배출물이 아닌 액상 자체를 분석한 결과다.
따라서 검출된 성분의 양이 실제 흡연 과정에서 인체에 얼마나 전달되는지, 일반 담배와 비교해 건강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검사 대상 104개 제품 모두에서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 니코틴 함량은 개비당 0.1~1.2㎎, 타르는 10.3~32.0㎎으로 나타났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104개 제품 전부에서 확인됐다.
NNN은 87개 제품, NNK는 88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벤조피렌도 일부 제품에서 확인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처럼 직접 불을 붙이지 않고 담뱃잎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연소 과정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유해성분 배출량이 적을 수 있지만, 발암물질 노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 담배에서도 다양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검사 대상 256개 제품 모두에서 니코틴과 타르가 확인됐다. 개비당 니코틴 함량은 0.8~2.6㎎, 타르는 11.7~40.4㎎이었다.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카드뮴, 1,3-부타디엔 등 인체 발암물질도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벤조피렌과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 등 추가 발암성 성분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니코틴이나 타르 수치만으로 담배의 건강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도 특정 유해성분의 검출량이 적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덜 해롭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담배 종류마다 검사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을 포집해 개비당 성분 함량을 측정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자체의 성분을 분석했다.
측정 기준이 다른 만큼 단순히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특정 제품의 안전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자담배의 원료와 첨가물, 가열·기화 방식에 따라 이번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유해성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향후 검사 범위와 측정 방법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실제 배출물을 분석할 수 있는 시험법을 개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유해성분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 역시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올해 4월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으로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 규제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내년부터 관련 제품의 유해성분을 검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가 천연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합성니코틴 제품까지 검사 범위가 확대되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날 전망이다.
담배업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일부 전자담배 제품은 연기와 냄새가 적다는 특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검사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되면서 제품 홍보 과정에서 건강 위험을 축소하거나 소비자가 안전하다고 오인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활용해 특정 제품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와 홍보 행위를 점검할 방침이다.
담배 제조·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유해성분 검사와 정보 공개에 따른 관리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소비자에게는 제품별 성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담뱃갑에 표시된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공개한 검사 결과를 통해 제품별 유해성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성분 정보 공개가 곧 안전한 담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에는 수천 종의 화학물질과 다수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흡연에 따른 건강 위험은 특정 성분 하나의 함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유해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상황과 흡연량, 흡연 기간 등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이 확인됐지만, 제품별 검출량만으로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이나 담배 유형 간 위해성 차이를 확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첫 유해성분 공개는 담배 제품의 위험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향후 합성니코틴 제품 검사와 실제 흡입 배출물 분석이 확대되면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확보될 전망이다.
전자담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담배업계의 제품 관리와 광고 방식, 정부의 유해성분 규제에도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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