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3일 화요일 14:30
야구표 110배 폭리…암표상 24명 검거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매크로로 입장권 1만5500장 선점…22억원 챙겨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을 정가의 11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판 암표상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연·스포츠 입장권을 대량 선점한 뒤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약 22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일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내·외국인 24명을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유명 아이돌 콘서트와 프로야구 경기 등 입장권 약 1만5500장을 사들인 뒤 높은 가격에 재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입장권이었다.
정가 8만1000원인 입장권이 무려 893만원에 판매됐다. 정상 가격의 약 110배로, 한 장당 붙은 웃돈만 884만9000원에 달한다.
아이돌 공연 입장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가 20만원인 공연 티켓이 약 34배인 672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확인됐다.
범행에는 자동화 프로그램인 매크로가 동원됐다.
일부 피의자는 컴퓨터 22대를 갖춘 사무실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실행해 입장권을 대량 확보했다. 다른 사람 명의의 계정을 이용하거나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매크로는 특정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 이용자보다 빠르게 예매 절차를 처리할 수 있어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선점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이들은 예매 사이트의 보안 취약점까지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보한 입장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했다. 대량의 티켓 사진을 게시해 구매자를 모집한 뒤 서울 송파구와 마포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직접 전달하거나 개별 배송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경찰은 지난 3월 민생물가 교란 범죄 특별단속 과정에서 SNS로 입장권을 판매하던 외국인 암표상을 특정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판매자가 보유한 입장권의 예매 정보를 역추적해 최초 예매자와 부정 구매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범죄수익 환수 절차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계좌 추적과 판매 내역 분석을 통해 약 20억9900만원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마쳤다.
여기에는 범죄수익으로 매입한 5억원 상당의 토지와 주식, 예금 등이 포함됐다. 추가로 확인된 1억200만원에 대해서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은 범행에 악용된 예매 사이트의 보안 취약점을 확인하고 관련 업체에 개선을 요청했다.
문제는 처벌 강화에도 암표 거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 목적의 부정 구매와 상습적·영업적 고가 재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법률상 부정판매에 해당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입장권을 정가보다 비싸게 판매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거래가 곧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자의 동의 여부와 상습성, 영업성 등 법률상 요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고가 암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3일 한국시리즈 1차전 입장권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정가 14만원인 중앙테이블석이 장당 130만원에 올라왔다. 정상 가격의 9배를 넘는 수준이다.
정가 6만원인 응원석도 24만원에 판매되는 등 좌석 종류와 관계없이 웃돈이 붙은 매물이 확인됐다.
처벌 규정이 강화됐지만 실제 거래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대응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3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암표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경찰은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불법 암표 거래의 위험성과 강화된 처벌 규정을 안내했다. 한국시리즈 기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도 관련 홍보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속 강화와 함께 온라인 재판매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일부 거래 플랫폼에서는 입장권 가격 상한을 폐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고가 매물 등록 자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상적인 개인 간 양도까지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규제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프로야구 인기 상승과 대형 공연 수요가 맞물리면서 입장권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선점과 고가 재판매가 반복되는 가운데 예매 시스템 보안 강화, 불법 거래 수익 환수, 재판매 규제 실효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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