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9일 화요일 20:16
“유럽 잃은 러시아, 중국에 더 기댄다” 푸틴 방중에 가스관·무역 협상 주목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러시아, 유럽 시장 공백 메우려 중국행 에너지 수출 확대 추진 중국은 가격·물량 협상서 우위…중러 교역 재편이 글로벌 공급망 변수로
![[사진=게티이미지]](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79221460946-959322375.web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러 경제 협력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방문은 외교 일정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 이후 약해진 에너지 수출망과 무역 구조를 중국 중심으로 다시 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았다. CNBC는 이번 방문에서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에너지·무역 분야의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을 상당 부분 잃은 만큼, 중국과의 장기 에너지 계약과 교역 확대가 경제적으로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가장 큰 관심은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대형 가스관 사업인 ‘시베리아의 힘 2’다. 이 사업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럽으로 향하던 가스 수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핵심 통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가스관이 연간 500억㎥ 규모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50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다만 협상 주도권은 중국 쪽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2025년 공급량은 388억㎥로 집계됐다. 향후 연간 공급량은 440억㎥까지 늘어날 계획이지만, 중국이 추가 대형 가스관 승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의 기대만큼 빠르게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중국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공급망을 이미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 축소로 중국 수요가 절실하지만, 중국은 중동·중앙아시아·LNG 등 여러 공급원을 확보해 협상 여지가 크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중국에 판매하는 가스 가격이 유럽·튀르키예 판매가보다 약 30%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물량 확대에는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전 유럽 시장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석유와 LNG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러시아 원유 수입의 최대 고객으로, 러시아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약 20%를 차지했다. LNG 시장에서도 러시아는 2025년 중국의 세 번째 공급국으로 올라섰고, 공급량은 전년 대비 18% 이상 증가한 약 980만톤으로 집계됐다.
무역 흐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유럽연합을 주요 교역 파트너로 두고 있었지만, 전쟁 이후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CNBC는 세르게이 구리예프 런던비즈니스스쿨 학장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는 기술·소비재·제조품에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러 교역이 계속 일방적으로 확대되는 흐름만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대러시아 교역은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2024년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액은 1조7400억위안, 약 237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원유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교역 증가세가 꺾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 환율, 신흥시장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가 중국으로 더 많이 향하면 글로벌 에너지 수급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위안화·루블화 결제 확대는 달러 중심 결제망을 둘러싼 긴장도 키울 수 있다.
특히 중동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확보를 늘릴 경우,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러시아를 중요한 공급원으로 유지하려 하겠지만, 가격과 조건에서는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단순한 정상외교보다 러시아 경제의 수출로 확보, 중국의 에너지 안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린 경제 이벤트에 가깝다. 러시아는 중국이라는 대체 시장이 필요하고, 중국은 러시아 에너지를 전략적 선택지로 활용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지지만, 협상력의 무게중심은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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