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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6일 화요일 21:57

“페라리도 결국 전기차 택했다”…첫 EV 공개 직후 주가 급락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6억원 넘는 첫 전기 슈퍼카 ‘루체’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 냉담…“브랜드 정체성 훼손” 비판 확산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Ferrari가 첫 순수 전기차를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페라리는 26일(현지시간) 로마에서 브랜드 최초의 전기 슈퍼카 ‘루체(Luce)’를 공개했다. 루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한다. 회사 측은 새로운 모델이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상징적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개 직후 투자자들은 곧바로 매도에 나섰다.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페라리 주가는 장중 약 8% 급락했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역시 5% 넘게 하락했다. 최근 1년 기준 주가 하락률은 30%를 웃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페라리가 결국 전기차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는 상징적 충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루체 공개는 특히 다른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략 속도를 늦추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Porsche와 Lamborghini 등은 최근 전기 슈퍼카 수요 둔화를 이유로 EV 계획 일부를 조정한 바 있다.

루체는 페라리 최초의 5인승 전기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약 2.5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는 약 시속 192마일 수준이다. 판매 가격은 약 55만유로(약 8억5000만원)로 책정됐다. 고객 인도는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디자인 역시 기존 페라리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차량 디자인은 애플 전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너선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LoveFrom)’이 맡았다.

그러나 공개 직후부터 자동차 팬들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전략가는 “많은 팬들이 전기차가 페라리 브랜드의 상징인 엔진 감성과 정체성을 희석시킨다고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전기차 개발 비용이 매우 큰 만큼 수익성 악화 우려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비판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 페라리 회장 루카 디 몬테제몰로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차라리 저 차에서 페라리 로고를 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 역시 SNS를 통해 “비싸고, 전기차인데다 디자인도 페라리 같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혹평했다.

반면 페라리 경영진은 “전기차여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감성과 경험은 여전히 페라리답다”고 강조했다.

페라리 CEO Benedetto Vigna는 CNBC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엔진 소리가 아니라 운전자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느냐”라며 “전기차 역시 새로운 방식의 페라리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루체 공개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럭셔리 자동차 산업 전체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전환 흐름이 둔화하고 있음에도 결국 브랜드들은 AI·소프트웨어·전동화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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