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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8일 목요일 05:15

애플도 못 버틴 메모리 대란…“아이폰 가격 인상 불가피”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팀 쿡 “100년 만의 홍수”…AI 수요 폭증에 D램·낸드 가격 4배 급등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애플이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등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에 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여파가 본격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우리에게 전가되는 엄청난 인상분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쿡 CEO는 구체적인 가격 인상 시점과 규모, 대상 제품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애플의 다음 주요 제품 출시는 폴더블 아이폰을 포함한 아이폰18 라인업이 예상되는 9월로, 맥과 아이패드는 그보다 앞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은 지난달 이미 맥 미니 시작가를 올린 바 있다.

가격 인상의 핵심 배경은 AI 투자 경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지난해부터 AI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4배로 뛰었다.

리서치 업체 테크인사이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고성능 메모리 공급을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 기기용 메모리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폰 원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아이폰17 프로 기준 D램 12GB 원가는 39달러, 낸드 256GB 원가는 13달러였지만, 아이폰18 프로에서는 각각 145달러와 51달러로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부품·제조 원가는 582달러에서 726달러로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17 프로와 같은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려면 판매가는 1천371달러까지 올라야 한다. WSJ는 애플의 통상적인 가격 책정 방식을 고려할 경우 아이폰18 프로 시작가가 1천299달러, 약 198만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아이폰17 프로 시작가 1천99달러보다 200달러 높은 가격이다.

쿡 CEO는 특히 D램 공급난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은 기기를 원하는데 공급은 줄어든 상황에서 메모리 업체들은 엄청난 가격 인상을 전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제품에 합리적인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D램 3대 업체의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800% 이상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수요가 메모리 업황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소비자 기기 제조사에는 비용 압박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모건스탠리는 D램 생산능력이 2027년까지 30% 늘어나더라도 AI용 고부가 메모리 우선 공급으로 소비자 기기용 메모리는 수요 대비 최대 15%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미국 내 스마트폰과 PC 가격이 평균 15%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공급망 다변화 가능성도 거론됐다. 쿡 CEO는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협력 제한 완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자체 메모리 공장 건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애플이 자금력을 활용해 공급망 안정화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뒀다. 쿡 CEO는 “우리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해결책의 일부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AI 투자 붐이 단순히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업계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물가와 전자제품 가격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폰 가격 인상은 물론 PC, 태블릿, 서버, 가전 등 전방위적인 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쿡 CEO는 40년 넘게 IT 공급망에 몸담아온 경험을 언급하며 “이것은 100년 만의 홍수다.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사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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