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2일 월요일 05:07
반도체가 번 돈, 정부가 세금으로 뜯어간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보유세·양도세 손질론 부상…“반도체 돈이 집값으로 쏠리면 안 된다”
![[사진=AI 생성이미지]](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2104635708-727143080.webp)
반도체 호황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과 주가 상승으로 풀린 자금이 수도권 아파트와 토지로 흘러들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이어 세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된다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벌어들인 돈이 생산적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린다면 자산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집값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커지는 경제는 결국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세금은 언제나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서 써야 하는 도구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올리면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반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며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더 민감하다. 정부가 과거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등록을 유도한 만큼, 이미 등록한 사업자의 혜택을 크게 줄이면 정책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를 믿고 의무 임대기간과 임대료 제한을 지킨 사업자까지 한꺼번에 규제한다면 “정부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신만 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상태를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서울을 중심으로 등록임대에서 빠져나오는 물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세제 혜택이 매물 잠김을 부추기는 구조라면 손질은 필요하다. 다만 일괄 폐지보다 일정 기간의 유예를 두고, 실제 거주 여부와 보유 주택 수, 임대 의무 이행 여부를 따져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는 방식은 입법 절차 없이도 세 부담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세금 인상은 숫자 조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 1주택자나 현금흐름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게는 보유세 부담이 생활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노려야 할 것은 ‘집 가진 사람 모두를 겨냥하는 증세’가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와 비거주 다주택 보유에 대한 정교한 과세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매물은 시장에 나오게 하며, 과도한 투기 이익에는 분명한 비용을 물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부동산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자산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돈이 다시 집값을 자극하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려면 더 정확한 기준과 충분한 예고 기간, 정책 신뢰를 지키는 설계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세금은 부동산을 잡는 망치가 아니라,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정밀한 도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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