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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6일 월요일 17:53

파산 직전의 엔비디아를 살린 "한 번의 베팅"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1997년 RIVA 128에 회사 운명 걸어…한 달치 급여만 남기고 대량 생산 승부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오늘의 엔비디아를 보면 ‘실패’라는 단어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기업, 데이터센터 투자의 중심에 선 기업, 전 세계 증시의 방향까지 흔드는 기업. 지금 시장이 기억하는 엔비디아는 늘 이기는 회사에 가깝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시작은 달랐다. 이 회사는 한때 한 달치 급여만 남기고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던 작은 그래픽 칩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의 AI 제국은 넉넉한 자본과 안정적인 시장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실패하면 끝이라는 절박함 속에서 만들어졌다.

머니와이즈에 따르면 1997년 엔비디아는 현금이 약 6개월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래픽 칩 RIVA 128 양산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칩이 아직 실제로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설계 검증은 대부분 시뮬레이터 안에서 이뤄졌다.

반도체 설계에서 ‘테이프아웃’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다. 완성된 설계도를 제조 공장에 넘겨 실제 칩 생산에 들어가는 절차다.

오류가 발견되면 다시 제작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당시 엔비디아에는 그런 재도전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주문은 단순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를 두고 “완벽할 것이라고 안다. 완벽하지 않으면 우리는 망한다”는 취지로 회상했다. 다소 무모하게 들리지만, 그때의 엔비디아에는 무모함 말고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실물 칩 없이 소프트웨어로 칩 동작을 흉내 내는 에뮬레이션 방식에 기대야 했다.

젠슨 황은 관련 장비를 파는 회사를 찾아가 남은 현금의 절반가량을 들여 장비를 사들였다. 개발팀은 느린 시뮬레이터 위에서 윈도 화면 한 프레임을 띄우는 데도 긴 시간을 기다리며 오류를 잡아냈다.

결국 엔비디아는 시제품 단계를 사실상 건너뛰고 대만 파운드리 TSMC에 생산을 맡겼다.

하나씩 확인하고 다시 고치는 안정적인 길이 아니었다. 모든 위험을 앞당겨 한 번에 거는 방식이었다.

회사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했다. 엔비디아는 RIVA 128 개발을 위해 직원 절반 이상을 해고했고, 일본 게임업체 세가의 500만달러 투자로 간신히 버텼다. 제품이 출하된 1997년 8월 당시 회사에는 한 달치 급여를 지급할 현금만 남아 있었다.

RIVA 128이 완벽한 제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그래픽 기능은 제한적이었고, 엔비디아는 게임 개발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 칩을 외면하지 않았다. 출시 후 4개월 만에 약 100만개가 팔리며 엔비디아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성공은 1999년 엔비디아의 기업공개(IPO)로 이어졌다. 파산 직전의 그래픽 칩 스타트업은 이후 GPU 시장을 장악했고, 오늘날 AI 학습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젠슨 황의 RIVA 128 베팅은 단순한 창업 미담이 아니다.

기술 기업의 운명은 때로 완성된 제품보다, 아직 손에 쥐어보지 못한 가능성에 얼마나 과감하게 베팅하느냐에서 갈린다. 엔비디아는 그 순간 실패를 피한 것이 아니라, 실패할 시간을 없애는 쪽을 택했다.

AI 반도체 시대의 승자는 기술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이 열리기 전 먼저 움직이고,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남들이 계산기를 두드릴 때 시간을 앞당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의 엔비디아 제국은 바로 그 결단, 한 번도 손에 쥐어보지 못한 칩에 회사를 걸었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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