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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0일 월요일 06:37

“800원대면 사야죠”…엔화값 뚝 떨어지자 한 달 새 9196억 몰렸다

지서윤 기자se8ll@naver.com

100엔당 900원선 무너진 ‘슈퍼 엔저’…미·일 외환시장 개입에도 엔화 약세 지속

“800원대면 사야죠”…엔화값 뚝 떨어지자 한 달 새 9196억 몰렸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의 자금이 엔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764억1392만엔으로 집계됐다.

6월 말 1조518억138만엔이었던 엔화예금 잔액은 7월 말 1조1546억6133만엔으로 약 1029억엔 증가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한 달 만에 약 9196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엔화를 직접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은행이 고객에게 판매한 엔화 규모는 지난 6월 221억8205만엔에서 7월 363억8971만엔으로 증가했다. 한 달 사이 약 142억엔, 원화로 환산하면 약 1272억원어치의 엔화가 추가로 팔린 셈이다.

거래 건수 역시 6월 17만9744건에서 7월 30만7986건으로 약 71% 증가했다.

8월 들어서도 엔화 매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까지 고객이 사들인 엔화는 36억1061만엔으로 집계됐으며 거래 건수도 4만1076건에 달했다.

엔화 매수세가 급증한 배경에는 100엔당 900원선마저 무너뜨린 가파른 엔저가 자리 잡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월 5일 매매기준율 기준 100엔당 973.14원을 기록했고 6월 한 달 동안 주로 940~950원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달 24일 893.54원으로 900원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30일까지 800원대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876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8월 들어서도 100엔당 910원을 넘지 못했고 지난 6일부터 다시 800원대로 내려왔다. 10일 오전 10시7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5.21원을 기록했다.

통상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지면 향후 환율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한 엔화 매수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은행권의 엔화예금과 환전 거래가 동시에 급증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현재 가격을 무조건 저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외화예금은 일반적인 원화 정기예금과 달리 이자수익보다는 환율 움직임에 따른 손익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100엔당 890원 수준에서 엔화를 매수했더라도 향후 환율이 850원이나 800원 수준으로 추가 하락한다면 원화로 환산한 자산가치는 감소할 수 있다.

반대로 엔화를 매수한 이후 원·엔 환율이 다시 900원대 중후반이나 그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수수료와 은행별 우대율 역시 실제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매수 환율과 매도 환율 차이만으로 수익을 계산해서도 안 된다.

향후 엔화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 중 하나는 일본 외환당국의 움직임이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특히 미국까지 엔화 매수·유로화 매도로 가세하면서 미·일 양국이 약 30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 흐름을 장기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공조라는 특수성이 있더라도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장 개입 효과가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현재보다 원·엔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의 연말 중앙값을 100엔당 913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본은행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도 원·엔 환율이 917원 수준으로 상승하는 방향성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800원대인 환율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망이다.

다만 환율은 각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리, 경기 상황은 물론 외환당국의 개입과 지정학적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800원대 엔화를 투자 기회로 보고 자금을 투입하는 ‘엔테크족’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단기간 환차익을 기대해 한꺼번에 자금을 투자하기보다는 일본은행의 금리정책과 미·일 금리 차이, 외환당국의 움직임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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