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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0일 목요일 02:44

30대 주담대 2억3419만원…내 집 마련의 대가가 너무 길어졌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30대의 집은 왜 ‘내 집’이 아니라 ‘은행과 함께 산 집’이 됐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집을 샀을 때는 금방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몇 년 열심히 벌고, 소득이 오르고, 집값도 조금씩 오르면 대출 원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렀다.

30대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1인당 대출잔액이 7년 만에 1억원 넘게 늘었다.

올해 2분기 기준 2억3419만원으로, 2019년 2분기보다 77.1% 증가했다. 20대 이하도 2억원을 넘어섰다.

놀라운 것은 증가폭만이 아니다. 20~40대의 차주당 주담대 잔액은 2019년 2분기 이후 28개 분기 연속 한 번도 줄지 않았다.

집값이 오를 때만 빚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던 시기에도 대출잔액은 계속 불어났다.

이쯤 되면 문제를 단순히 ‘영끌’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가 갑자기 무모해진 것이 아니다. 집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과거에는 일정 기간 종잣돈을 모은 뒤 대출을 보태 집을 샀다면, 지금은 집값 자체가 소득과 저축 속도를 훨씬 앞질러버렸다.

특히 수도권에서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20·30대가 주택시장에 진입하려면 대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의 출발점부터 빚이 커진 것이다.

30대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은 2억3419만원의 주담대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한창 소득이 늘어날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혼, 출산, 육아, 교육비 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득은 늘어도 쓸 돈 역시 많아진다. 대출을 빠르게 갚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리의 작은 변화도 가계에 크게 작용한다.

2억원을 빌린 사람에게 금리 1%포인트 상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연간 이자 부담이 200만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원금이 3억원이라면 300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생활비 대출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다면 체감 부담은 더 커진다.

문제는 젊은 차주의 부채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줄어드는 모습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40대의 차주당 주담대가 28분기 연속 증가했다는 것은 대출이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일회성 수단을 넘어 장기간 안고 가는 구조적 부채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일부 분기 대출잔액이 감소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원금을 상환해가는 세대와,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큰 빚을 안고 시장에 들어오는 세대의 차이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가계대출 정책은 여전히 신규 대출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도한 대출 증가를 막는 것은 필요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관리하는 것도 금융 안정 차원에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출 문턱만 높인다고 이미 2억~3억원의 빚을 안고 있는 가구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차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빌릴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다.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금리가 안정된다면 큰 대출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소득이 정체되거나 실직과 휴직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젊은 가구는 상대적으로 축적한 금융자산이 적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크지 않다.

주담대 문제를 부동산 문제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다. 가계의 소비와 출산, 노후 준비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매달 수백만원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가구가 소비를 늘리기는 어렵다.

자녀 계획을 미루거나 교육비를 줄이고, 노후를 위한 저축을 뒤로 미룰 가능성도 커진다.

집을 보유했지만 현금흐름은 빠듯한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가 젊은 세대에서도 구조화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30대가 40대, 50대로 이동할 때도 높은 부채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과거에는 중년기에 주택대출을 상당 부분 상환하고 노후 준비로 넘어가는 경로가 비교적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주담대를 갚는 기간 자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경제적 목표다.

문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젊은 세대가 너무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영끌했으니 감당해야 한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30대 1인당 주담대가 7년 새 1억원 늘어난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택가격과 소득, 금융시장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출을 더 조일 것인가, 풀 것인가의 단순한 논쟁이 아니다.

이미 큰 빚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 가구가 소득 충격과 금리 변동에도 버틸 수 있도록 주택금융과 상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집을 샀는데 빚이 줄지 않는 시대다. 이제 내 집 마련의 성공 여부를 ‘집을 샀느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집을 지키면서도 정상적인 소비와 저축, 가족의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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