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3일 일요일 15:37
“한강뷰 아파트를 공짜로”…국세청, ‘황제사택’ 1097채 정조준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고가 법인주택 42% 사주 일가 사적 사용…최고 공시가 200억원 넘어

국세청이 기업 명의의 고가 주택을 사주와 그 가족이 사실상 개인 주택처럼 사용하는 이른바 ‘황제사택’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23일 임광현 국세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정상의 정상화, 황제사택 관행 바로잡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고가 법인주택에 대한 전수 점검 결과와 향후 조사 방침을 공개했다.
국세청은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점검했다.
그 결과 임대용으로 사용되는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가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조사 대상의 약 42%에 해당한다.
주택 가격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사적 사용이 확인된 법인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20억원을 넘었으며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주택은 453채, 100억원 초과 주택은 12채로 집계됐다. 가장 비싼 주택은 공시가격이 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기업의 규모도 다양했다. 연매출 수십억원 수준의 중소기업부터 매출 수십조원 규모의 대기업까지 고가 법인주택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폭넓게 확인됐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특히 일부 기업은 서울 강남과 용산 등 핵심 지역이나 한강 조망권을 갖춘 초고가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보유한 뒤 사주나 자녀에게 사택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이 보유한 고가 주택을 법인에 넘긴 뒤 실제로는 기존 소유주인 사주가 계속 거주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주택 규제나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인 명의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고가 콘도를 구입한 뒤 실제 이용자는 사주 일가와 일부 임원에 한정된 경우도 확인됐다.
일부 법인은 100억원이 넘는 고급 콘도를 법인 자산으로 취득했지만 일반 직원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세법상 출자 임원과 그 친족이 법인 소유 사택을 무상 또는 낮은 비용으로 이용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택 유지에 들어간 비용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법인의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임 청장은 “원천징수로 세금을 빠짐없이 내는 봉급생활자 입장에서는 사주가 법인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이번 점검에서 사적 사용이 확인된 1097채 모두가 곧바로 탈세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개별 법인의 실제 사용 형태와 비용 처리, 세금 신고 여부 등을 추가로 검증한 뒤 탈루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검증 범위도 넓힌다. 고급 콘도뿐 아니라 해외 유학 중인 회장 자녀에게 제공된 해외 사택, 법인 비용으로 지원된 유학비 등 법인 자금의 사적 사용 여부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임 청장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며 “회사의 공적 영역과 오너의 사익 추구 사이 경계가 모호한 기업들에 원칙을 명확히 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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