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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2일 수요일 00:28

포켓몬 카드도 블록체인에서 사고판다…150억달러 시장 ‘토큰화’ 경쟁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PSA 10 실물카드 금고에 보관하고 소유권만 온체인 거래…아비트럼 기반 플랫폼 등장

포켓몬 카드도 블록체인에서 사고판다…150억달러 시장 ‘토큰화’ 경쟁

포켓몬 카드를 비롯한 실물 트레이딩 카드 시장이 블록체인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거래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실물 포켓몬 카드를 전문 금고에 보관한 뒤 해당 카드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의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플랫폼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핵심은 '카드를 움직이지 않고 소유자만 바꾸는 것'이다.

기존 중고 거래에서는 포켓몬 카드를 판매할 때마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실물을 배송해야 한다. 고가의 희귀 카드라면 배송 과정에서 분실이나 훼손 위험이 있고 거래할 때마다 카드의 진위와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토큰화 플랫폼은 이러한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옮긴다. 웹3 스타트업 ATH랩스(ATH Labs)가 개발한 데드스톡(Deadstock)은 전문 감정기관 PSA에서 최고 등급인 'PSA 10'을 받은 포켓몬 카드를 금고에 보관하고 각각의 실물 카드와 1대1로 대응하는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로는 이더리움 레이어2인 아비트럼(Arbitrum)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1000달러 상당의 포켓몬 카드가 금고에 보관돼 있다면 해당 실물카드에 대응하는 하나의 토큰이 발행되는 방식이다.

이후 소유자가 토큰을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하면 금고 속 카드를 실제로 이동하지 않아도 카드의 경제적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 토큰화와 유사한 구조다.

RWA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와 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 현실세계 자산을 블록체인 토큰으로 구현하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포켓몬 카드 역시 희소성과 시장가격을 가진 실물 자산이라는 점에서 토큰화 대상으로 등장한 것이다.

수집품 토큰화 시장이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 효율성이다. 희귀 포켓몬 카드는 전 세계 수집가를 대상으로 거래되지만 실제 카드를 국가 간 이동시키려면 배송비와 보험료, 통관 등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카드가 전문 금고에 계속 보관돼 있다면 블록체인에서 토큰만 이동시켜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경매나 오프라인 카드 거래시장에서는 판매자를 찾고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온체인 유동성이 형성된다면 수집품도 암호화폐처럼 상대적으로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토큰화 포켓몬 카드 시장에서는 의미 있는 거래 규모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관련 마켓플레이스의 주간 매출은 538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9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과거 특정 플랫폼의 토큰 출시 이벤트에 거래가 집중됐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여러 주에 걸쳐 높은 거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토큰화 수집품이 단순히 NFT와 비슷한 단기 투기상품을 넘어 RWA 시장의 하나의 세부 영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존 포켓몬 카드 시장의 규모 역시 상당하다. 이베이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이용자들은 eBay.com에서 포켓몬 관련 상품을 분당 360회 이상 검색했다. 올해 포켓몬 30주년을 맞으면서 희귀 카드와 관련 수집품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온체인 카드 시장이 기존 트레이딩 카드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성이다. 암호화폐 리서치업체 하우스오브키메라(House of Chimera)는 일부 토큰화 카드 플랫폼의 거래량 상당 부분이 수집가들이 특정 카드를 서로 사고파는 일반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팩 개봉과 플랫폼의 즉시 매입 등 게임화된 기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높은 거래량이 반드시 개별 포켓몬 카드에 충분한 매수·매도 유동성이 형성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 발견 기능 역시 중요한 문제다. 전통적인 포켓몬 카드 시장에서는 이베이와 전문 경매업체, 오프라인 카드숍 등에서 수많은 거래가 발생하면서 특정 카드의 시장가격이 만들어진다.

온체인 플랫폼이 독립적인 거래시장으로 성장하려면 기존 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확보해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물 자산 보관에 대한 신뢰 문제도 존재한다. 토큰 자체는 블록체인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토큰과 연결된 실제 포켓몬 카드가 금고에 안전하게 존재하는지, 카드가 훼손되거나 분실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토큰 소유자가 실제 카드를 인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토큰화 포켓몬 카드 시장의 성패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실제 수집가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 배송과 보관의 불편함을 줄이면서 기존 거래시장 수준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까지 확보한다면 포켓몬 카드를 시작으로 스포츠 카드와 각종 희귀 수집품까지 온체인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실제 수집가 간 거래보다 카드팩 개봉과 투기적 거래가 시장을 지배한다면 일시적인 웹3 트렌드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채와 주식, 부동산에서 시작된 RWA 토큰화 흐름이 이제 포켓몬 카드와 같은 수집품까지 확장되는 가운데, '금고 속 실물은 그대로 두고 소유권만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는 시장'이 새로운 수집품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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