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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6일 일요일 16:13

상반기 암호화폐 투자금 112억달러…100% 규제 라이선스 기업으로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네오스리걸 “기술보다 인허가·규제 대응 능력이 핵심 투자 기준으로 부상” VARA 라이선스·MiCA 패스포트에 최대 2년…시간과 비용이 경쟁사의 진입장벽

상반기 암호화폐 투자금 112억달러…100% 규제 라이선스 기업으로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시장에서 기술력과 이용자 수뿐 아니라 규제기관의 라이선스 보유 여부가 핵심 투자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바이 소재 암호화폐 전문 로펌 네오스리걸(NeosLegal)은 올해 상반기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총 112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조사 대상 투자금이 모두 라이선스를 보유한 규제 적격 기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중앙기관의 허가 없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허가형’ 구조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와 대형 벤처캐피털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투자 대상 기업이 어느 국가에 법인을 두고 있는지, 어떤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했는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하는지가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리나 히버(Irina Heaver) 창업자는 “이제 핵심 경쟁력은 비허가형 구조가 아니라 적절한 관할권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규제 준수 상태 자체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핵심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라이선스가 단순한 행정 허가를 넘어 기업의 시장 진입권과 신뢰도, 사업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서비스의 코드와 인터페이스는 비교적 빠르게 복제할 수 있다. 반면 금융당국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자본금과 내부통제 체계, 고객자산 보호, 자금세탁방지, 경영진 적격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그마 캐피털 파트너의 비니트 부드키(Vineet Budki)는 “코드는 주말 동안에도 복제할 수 있지만 VARA 라이선스나 MiCA 패스포트를 확보하려면 18~24개월과 수백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제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규제 대응 능력으로 형성된 진입장벽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ARA는 두바이의 가상자산 규제기관인 가상자산규제청(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을 의미한다. 두바이에서 거래소와 중개, 수탁 등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업 유형에 맞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은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자본 요건, 고객확인, 자금세탁방지, 기술보안, 시장행위 및 소비자 보호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네오스리걸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아랍에미리트에서는 VARA를 비롯해 ADGM·FSRA, DIFC·DFSA, 중앙은행, 연방 자본시장 규제기관이 약 100개의 가상자산 사업자를 허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의 가상자산시장법인 MiCA 역시 암호화폐 기업의 주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MiCA에 따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가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허가를 받으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다른 회원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흔히 ‘MiCA 패스포팅’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회원국에서 받은 인가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 전체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를 먼저 확보한 기업은 상당한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인가 과정에서는 최소 자본금뿐 아니라 경영진 자격과 내부통제, 고객자산 분리, 이해충돌 관리, 정보기술 보안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의 비규제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절차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은 규제 집행이나 영업 중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암호화폐 기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더라도 인허가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면 벌금이나 영업정지, 특정 국가에서의 퇴출 위험에 노출된다.

규제 적격 기업은 은행 계좌 개설과 기관 자금 유치, 법정화폐 결제망 연결, 보험 가입 및 대형 금융회사와의 제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수탁, 실물자산 토큰화 등 기존 금융과 직접 연결되는 사업은 규제 적격성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투자 이후의 기업공개나 인수합병 등 회수 가능성도 고려한다. 라이선스를 확보한 기업은 금융기관이나 대형 거래소의 인수 대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도 규제 대응 이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 취득에 투입된 시간과 비용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적 해자로 해석된다.

그러나 ‘상반기 투자금의 100%가 라이선스 보유 기업에 집중됐다’는 분석을 전체 암호화폐 투자시장에 그대로 일반화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수치가 어떤 국가와 투자 단계, 거래 규모를 대상으로 집계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의 탈중앙화 프로토콜이나 라이선스 취득 전 단계의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조사 범위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라이선스가 기업의 안전성이나 투자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규제 허가를 받은 기업이라도 사업모델이 취약하거나 자금 관리에 실패할 수 있으며, 가상자산 가격 하락과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라이선스 취득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소수 대형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탈중앙화금융처럼 운영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서비스에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인허가 구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은 암호화폐 투자시장의 평가 기준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투자자들이 빠른 이용자 증가와 토큰 가격, 기술적 차별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규제기관과의 협의 경험과 라이선스, 내부통제 인력, 허가받은 시장의 규모까지 기업가치에 반영하고 있다.

향후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어느 관할권에서 어떤 허가를 취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얼마나 넓은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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