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2일 토요일 12:00
“모기를 스스로 멸종시킨다”…수백만 마리 ‘유전자 조작 수컷’ 풀었더니 벌어진 일
이윤호 기자bklove3474@naver.com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모기에 치명적 유전형질 탑재…야생 암컷과 교배해 질병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개체수만 정밀 타격

■ 인류가 오랫동안 모기와 싸운 방법은 ‘독’이었다
모기는 단순히 여름철 우리를 귀찮게 하는 곤충이 아니다.
말라리아부터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황열, 일본뇌염까지 수많은 감염병을 전달한다.
WHO에 따르면 모기뿐 아니라 진드기·파리 등을 포함한 매개체 감염병은 매년 전 세계에서 70만명 이상의 사망을 일으킨다.
특히 말라리아 하나만으로도 매년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인류가 선택해온 가장 대표적인 대응책은 살충제였다.
하지만 반복적인 살충제 사용은 내성이라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생각을 뒤집었다.
“죽이기 어려워졌다면, 번식 자체를 막으면 어떨까?”
■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수백만 마리를 푼다
유전자 조작 모기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컷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빠는 것은 주로 암컷 모기다.
암컷은 알을 만들기 위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 흡혈한다.
반면 수컷은 주로 식물의 당분을 먹으며 사람을 물지 않는다.
따라서 연구진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수컷을 대량으로 만들어 야생에 방사한다.
이 수컷들은 자연으로 나가 야생 암컷과 경쟁적으로 짝짓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부터 기술이 작동한다.
■ 야생 암컷과 짝짓기하면 ‘암컷 자손’이 살아남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생명공학기업 Oxitec이 개발한 OX5034다.
유전자 조작 수컷이 야생의 이집트숲모기 암컷과 교배하면 특별한 유전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 유전형질 때문에 암컷 자손은 정상적으로 성체까지 살아남지 못한다.
반면 수컷 자손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수컷 일부가 다시 같은 유전형질을 가지고 야생 암컷과 짝짓기한다.
결과적으로 세대가 반복될수록 사람을 물고 질병을 전달할 수 있는 암컷 개체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쉽게 말하면,
유전자 조작 수컷 방사
↓
야생 암컷과 교배
↓
암컷 자손 생존 억제
↓
흡혈 암컷 감소
↓
다음 세대 번식 감소
↓
타깃 모기 개체수 감소
라는 방식이다.
■ 실제로 최대 96%까지 줄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연구실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았다.
브라질 인다이아투바에서 진행된 현장시험에서는 처리지역의 이집트숲모기 개체수가 비교지역 대비 88~96% 억제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에서도 실험이 진행됐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Oxitec의 OX5034를 이용한 플로리다 현장시험을 허가했으며 이후 시험 기간을 연장했다.
EPA는 플로리다에서 진행된 시험에서 당시 보고된 부작용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푼다’는 이야기가 SF 영화 속 설정이 아니라 실제 규제기관의 허가 아래 현장에서 시험된 기술이라는 뜻이다.
■ 그런데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이다.
모기가 사라지면 모기를 먹는 물고기나 개구리, 새, 박쥐 등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오해가 하나 있다.
이 기술의 목표는 ‘모기 전체 멸종’이 아니다.
지구에는 수천 종의 모기가 존재하며 유전자 조작 방식은 그중 특정 종을 타깃으로 한다.
Oxitec 기술의 주요 표적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다.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 황열 등을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 매개 모기다.
유전자 조작 수컷 역시 같은 종의 암컷과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모기 종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는 살충제와 작동 방식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모기를 멸종시키는 기술’
보다는
‘특정 질병매개 모기의 개체수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술’
에 가깝다.
■ 살충제보다 더 정밀한 ‘생물학적 타격’
이 기술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타깃팅이다.
기존 살충제는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곤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유전자 조작 모기는 자신의 종과 번식한다는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한다.
즉 화학물질을 광범위하게 뿌리는 대신
‘없애고 싶은 모기에게 같은 종의 수컷을 보내는 것’
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술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살충제 의존도를 줄이는 새로운 감염병 방역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 하지만 ‘한번 풀면 영원히 퍼지는 유전자’는 아니다
여기에도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Oxitec 방식과 흔히 이야기하는 ‘Gene Drive’는 같은 기술이 아니다.
OX5034는 유전형질이 영구적으로 자연 전체에 퍼져 모기 종 전체를 멸종시키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다.
미 EPA 역시 현장시험에서 유전자 변형 형질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모기 집단에서 사라지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요구했다.
따라서 ‘자폭 유전자가 전 세계 모기에게 무한정 퍼진다’고 이해하는 것은 과장이다.
[BlockchainSeoul INSIGHT]
이 기술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모기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인류의 해충 방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방식은 단순했다.
문제가 되는 생물이 나타나면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뿌렸다.
하지만 생명공학 시대에는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해지고 있다.
화학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번식 시스템 자체를 이용한다.
살충제
→ 무차별적인 화학적 공격
유전자 조작 수컷
→ 특정 종의 번식 과정 타깃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만약 이런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장기간 검증된다면 미래의 방역은 ‘얼마나 강한 독을 만들 수 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정밀하게 특정 생물만 제어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브라질 특정 지역에서 90% 이상의 개체수 억제에 성공했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를 바로 없앨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과 기후, 모기 종류가 다르고 지속적인 방사와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특히 이집트숲모기 제어 기술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Anopheles 모기까지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기술의 진짜 의미는 ‘모기와의 전쟁이 끝났다’가 아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모기의 약점을 살충제가 아니라 ‘유전정보’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더 강한 화학물질을 만들어왔던 인간이 이제는 모기에게 같은 모기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미래의 가장 강력한 살충제는 독극물이 아니라 DNA가 될지도 모른다.
Copyrights ⓒ BLOCKCHAINSEOU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