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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4일 월요일 11:17

“한 대에 6000억인데 없어서 못 산다”…ASML 장비가 싹 팔린 이유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AI 반도체 경쟁에 ASML EUV 장비 공급난 심화…차세대 ‘High-NA’ 장비는 대당 약 4억달러, 삼성·SK하이닉스도 2028년 도입 추진

“한 대에 6000억인데 없어서 못 산다”…ASML 장비가 싹 팔린 이유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 한 대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ASML의 기존 EUV 장비는 대당 약 2억달러 수준이며, 2027년까지 생산 물량이 거의 예약된 상태다. 여기에 차세대 High-NA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약 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500억~6,000억원에 달하지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High-NA EUV가 주목받는 이유는 더 작은 반도체 회로를 한층 정밀하게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ASML의 차세대 기술은 기존 EUV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제공해 첨단 칩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공정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AI가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데이터센터에는 고성능 GPU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HBM과 첨단 로직 반도체가 필요하다. 결국 더 작고 집적도가 높은 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이 됐고, 이 과정에서 ASML의 EUV 장비가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역시 ASML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2028년까지 첨단 D램 생산에 High-NA EUV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6인치 중심이었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확대하는 산업 표준 전환에도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미 High-NA EUV 장비를 도입한 상태다. 회사는 차세대 메모리 생산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공정을 단순화하고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TSMC 역시 High-NA EUV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TSMC는 2030년부터 첨단 노드의 대량 생산에 High-NA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며, ASML과 함께 12인치 포토마스크 전환을 위한 산업 협력에도 나섰다.

현재 ASML의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 점유율은 2025년 기준 약 94%에 달한다. 특히 첨단 EUV 영역에서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단순히 삼성전자나 TSMC가 얼마나 좋은 칩을 설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ASML의 최첨단 장비를 먼저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라인에 적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ASML의 장비가 더 중요해지는 구조다. 수천억 원짜리 장비가 ‘비싸서 안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비싸도 없어서 못 사는 장비”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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