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3일 일요일 04:25
캐나다, 규제 거래소 간 암호화폐 헤지 상계 허용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동일한 ‘그룹 2a’ 암호화폐의 적격 롱·숏 포지션 상계 인정 결산일 따라 2026년 11월 또는 2027년 1월부터 시행

캐나다가 은행의 암호화폐 헤지 거래에 적용되는 자본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서로 다른 규제 거래소에 보유한 동일 암호화폐의 반대 포지션을 상계할 수 있도록 해 실제 위험보다 과도하게 산정됐던 자본 부담을 줄이는 조치다.
캐나다 금융감독원(OSFI)은 지난 10일 ‘2027년 암호화폐 익스포저의 자본·유동성 처리 지침’을 확정해 발표했다.
새 지침에 따르면 캐나다 은행과 신탁·대출회사는 여러 규제 거래소에서 동일한 그룹 2a 암호화폐에 대한 적격 롱·숏 포지션을 보유할 경우 이를 자본 산정 과정에서 상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규제 거래소에서 특정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노출되는 롱 포지션을 보유하고 다른 규제 거래소에서 동일한 규모의 숏 포지션을 구성했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두 거래의 헤지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규정에서는 동일한 암호화폐를 이용한 헤지 거래라도 거래소가 다르면 포지션이 충분히 상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은행이 실질적으로 시장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더라도 실제 위험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자본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OSFI는 동일한 암호화폐가 주요 규제 거래소에서 대체로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반대 포지션을 보유하면 은행의 시장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개정은 은행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자본규제를 낮춘 조치가 아니다. 규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헤지 인정 기준을 충족하는 그룹 2a 암호화폐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그룹 2a는 일반적인 전통자산이나 적격 스테이블코인에 적용되는 그룹 1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유동성과 헤지 가능성 등 별도의 요건을 갖춘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비규제 거래소에서 구성한 포지션은 완전한 상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기가 서로 다른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에 대해서도 기존 제한이 그대로 유지된다.
OSFI는 업계가 요구했던 그룹 2a 암호화폐의 위험가중치 조정과 적격 담보 인정에 대해서도 이번 지침에서 변경하지 않았다.
암호화폐의 법적 집행 가능성과 유동성, 시장 충격 발생 시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광범위한 담보 인정은 아직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암호화폐 익스포저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한 것이 아니라, 적격 헤지 거래의 실질적인 위험 감소 효과를 자본 산정에 반영한 ‘표적 조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최종 지침에는 고객 청산 활동에서 발생한 일부 파생상품 익스포저를 그룹 2 암호화폐 보유 한도 계산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청산하면서 고객 상대 포지션과 적격 중앙청산소 상대 포지션을 동시에 보유하면 두 거래가 서로 상쇄돼 잔여 위험이 제한적일 수 있다.
OSFI는 이러한 구조를 고려해 요건을 충족한 고객 청산 거래를 그룹 2 익스포저 한도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고객 청산 활동 자체에 적용되는 자본요건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는 그룹 2 암호화폐에 대한 은행의 총익스포저가 원칙적으로 순기본자본의 5%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OSFI는 이번 개정에서도 해당 한도를 건전성 규제를 위한 안전장치로 유지했다.
새 지침은 금융기관의 회계연도 결산일에 따라 두 차례로 나눠 시행된다. 회계연도가 10월 31일에 끝나는 금융기관에는 2026년 11월 1일부터 적용된다. 12월 31일 결산기관은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2027년 지침’이라는 명칭과 달리 일부 금융기관에는 2026년 11월부터 먼저 적용된다.
OSFI는 이번 개정이 실제 위험에 맞게 자본요건을 조정하면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예금자 보호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규제 거래소 간 헤지가 인정되면 은행은 동일한 수준의 위험을 관리하면서 불필요하게 묶이는 자본을 줄일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조성과 고객 대상 파생상품 청산 등 관련 금융서비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적용 대상과 요건이 제한적인 만큼 은행의 암호화폐 직접 투자가 대폭 확대되는 조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OSFI는 시장 변화와 국제기준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추가 조정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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