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7일 일요일 07:26
비트코인 보유 상위 50개 기업 시총 800억달러 증발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지난해 7월 1500억달러서 670억달러로 급감…43개 기업 주가 하락 주식·채권 발행 통한 BTC 매입 모델 흔들…7월부터 2500 BTC 순매도

비트코인을 핵심 재무자산으로 편입한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가 1년여 만에 800억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비트코인을 계속 매입하던 이른바 ‘비트코인 재무기업’ 모델도 시험대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5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2025년 7월 약 1500억달러에서 2026년 8월 기준 670억달러로 줄었다.
감소액은 약 83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12개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1240억달러에서 670억달러로 약 570억달러 감소했다.
조사 대상 50개 기업 가운데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43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5곳은 주가가 고점이나 전략 도입 당시 수준과 비교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비트코인 재무전략은 기업이 보유 현금뿐 아니라 신주와 전환사채, 회사채, 우선주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고 기업 주식이 보유자산 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되면 추가 증권 발행을 통해 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이 구조는 반대로 작동한다.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는 이자와 만기 상환 부담이 따른다. 비트코인 가격과 기업 주가가 동시에 하락할 경우 추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
FT 분석에서는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 감소가 상위 50개 기업 전체 감소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재무전략을 대표해온 스트래티지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고점 대비 약 790억달러 줄었다.
기업들의 비트코인 수급도 매수에서 매도로 돌아섰다.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 자료에 따르면 상위 50개 기업은 지난 7월 매입량보다 약 2500 BTC를 더 많이 매도하며 순매도자로 전환했다. 당시 가치로 약 1억6000만달러 규모다.
스트래티지는 6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약 7000 BTC를 4억3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우선주 배당과 채무 관련 비용 등 재정적 의무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하고 의류와 외식, 배터리 등 기존 사업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비트코인 매입 발표만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하던 전략이 더 이상 시장에서 동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다만 모든 비트코인 보유 기업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본업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여유자금 일부를 비트코인에 배분한 기업과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해 비트코인 매입을 핵심 사업으로 삼은 기업은 위험 구조가 다르다.
향후 비트코인 재무기업의 생존 여부는 비트코인 가격뿐 아니라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배수와 부채 만기, 이자·배당 지급 능력,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보유한 비트코인의 양보다 하락장에서도 강제 매각 없이 재무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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