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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8일 월요일 04:34

로빈후드 체인 밈코인 53개서 연쇄 러그풀 정황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발행 직후 특정 지갑들이 전체 물량 80% 이상 선점한 뒤 즉시 매도 수익금으로 다음 토큰 초기 매수 반복…안티 스나이핑 수수료 면제 기능 악용 의혹

로빈후드 체인 밈코인 53개서 연쇄 러그풀 정황

로빈후드 체인에서 발행된 50여개 밈코인을 대상으로 단일 세력이 약 1843만달러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규모 연쇄 러그풀 정황이 제기됐다.

더블록에 따르면 온체인 분석가 와즈(Wazz)는 로빈후드 체인에서 발행된 53개 밈코인의 거래 내역과 지갑 간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동일하거나 서로 연계된 세력이 토큰 발행과 초기 매수, 대량 매도를 반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분석에서 확인된 유출 추정액은 약 1843만달러로 한화 약 250억원 규모다. 다만 해당 수치는 온체인 거래 흐름을 토대로 분석가가 산정한 추정치다.

관련 지갑의 실제 소유자와 피해자별 손실액, 프로젝트 운영 주체의 공모 여부 등은 공식 수사나 플랫폼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확인돼야 한다.

의심 세력은 밈코인 발행 플랫폼 폰스 V2(Pons V2)의 안티 스나이핑 수수료 면제 기능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티 스나이핑 기능은 토큰이 출시되는 순간 자동화 프로그램이 물량을 대량 매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초기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는 장치다.

일반 투자자가 출시 직후 토큰을 매수하면 최대 99%에 이르는 수수료가 적용돼 초기 물량 독점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그러나 토큰 생성자는 특정 지갑을 수수료 면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자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지갑들은 면제 권한을 받은 뒤 토큰 출시 1초 이내에 여러 주문을 하나로 묶은 번들 트랜잭션을 실행했다. 이를 통해 전체 토큰 물량의 80% 이상을 선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이용자에게는 사실상 거래를 어렵게 하는 높은 수수료가 적용된 반면 사전에 지정된 지갑들은 비용 부담 없이 초기 물량을 독점한 셈이다.

관련 지갑들은 토큰 대부분을 확보한 뒤 시장에 일반 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되면 보유 물량을 빠르게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물량이 소수 지갑에 집중된 상황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면 유동성 풀의 매수 자산이 빠져나가고 토큰 가격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이후 투자자에게는 가치가 크게 떨어진 토큰만 남는다.

이 같은 방식은 개발자나 내부자가 토큰과 유동성을 이용해 투자금을 빼낸 뒤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러그풀’의 전형적인 형태로 분류된다.

이번 사례에서는 하나의 토큰에서 수익을 얻고 활동을 끝낸 것이 아니라 유사한 과정을 50차례 넘게 반복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체인 분석 결과 의심 세력은 이전 밈코인에서 빼낸 자금을 다음 토큰의 초기 매수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새 토큰을 발행하고 지정 지갑에 수수료 면제 권한을 부여한 뒤 초기 물량을 선점해 매도하는 순환 구조다.

의심 지갑들은 토큰을 매도해 확보한 이더리움(ETH)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거나 다음 밈코인 발행 과정에 다시 투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 토큰에서 확보한 수익이 다음 토큰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초기 자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여러 지갑으로 물량과 자금을 분산하면 겉으로는 서로 다른 투자자가 참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시점과 자금 출처, 토큰 이동 경로 등을 함께 분석하면 지갑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할 수 있다.

와즈는 반복적으로 등장한 자금 흐름과 번들 거래 패턴, 수수료 면제 관계 등을 근거로 단일 세력 또는 공모 집단이 53개 토큰 발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출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ETH 형태로 보관되거나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USDC와 USDT 같은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특정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해 전송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ETH는 중앙 발행기관이 관리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차원에서 특정 지갑의 보유 자산을 직접 동결하기 어렵다.

거래소로 자금이 유입되면 해당 거래소가 계정을 동결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할 수 있지만 개인지갑과 탈중앙화 거래소 사이에서 이동하는 동안에는 즉각적인 차단이 쉽지 않다.

일부 자금은 크로스체인 브리지를 거쳐 다른 네트워크로 이동한 뒤 DAI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러 블록체인과 토큰을 거치면 거래 경로가 복잡해져 추적과 회수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안티 스나이핑 기능이 본래 목적과 반대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초기 수수료는 자동매매 지갑이 토큰 물량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일반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발행자가 임의로 특정 지갑에 면제 권한을 줄 수 있다면 내부 지갑만 높은 수수료를 피하고 나머지 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이 수수료 면제 지갑을 공개했는지, 투자자가 토큰을 매수하기 전에 내부 지갑의 권한과 물량 비중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면제 대상과 초기 토큰 배분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면 일반 이용자가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폰스 V2나 로빈후드 체인 측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어떤 조사 또는 피해 대응에 나설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밈코인은 사업 실적이나 현금흐름보다 온라인 유행과 커뮤니티 관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발행이 쉽고 거래 주기가 짧아 내부자 물량 집중과 유동성 회수 위험도 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직원 성명은 일반적인 밈코인이 연방 증권법상 증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 경우 구매자가 연방 증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학계 연구에서도 단기간만 거래된 뒤 사라지는 토큰과 반복적인 발행 지갑, 스나이퍼 봇이 러그풀 생태계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자는 신규 밈코인을 매수하기 전 상위 지갑의 물량 비중과 초기 거래 내역, 유동성 잠금 여부, 토큰 발행자의 권한을 확인해야 한다.

출시 직후 소수 지갑이 공급량 대부분을 확보했거나 여러 지갑의 매수 자금이 동일한 주소에서 나온 경우 내부자 거래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의혹은 밈코인 런치패드가 발행 편의성과 빠른 거래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내부자 특혜와 번들 매수, 반복 발행을 탐지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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