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8일 월요일 04:06
[기자수첩] 과징금 내고 또 담합…이번엔 영업정지까지 꺼낸 정부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5년 내 두 차례 담합하면 등록취소·영업정지…민생 17개 업종 제재 강화
![[기자수첩] 과징금 내고 또 담합…이번엔 영업정지까지 꺼낸 정부](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90568284139-211386539.webp)
"과징금을 냈는데 영업정지까지 받아야 하나."
앞으로 의약품이나 석유, 운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담합을 반복한 기업이라면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뿐 아니라 영업정지와 등록취소까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8일 당정이 발표한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은 기존 과징금 중심의 제재에 영업 제한이라는 수단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내 담합을 반복한 사업자의 영업 자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의약품 제조·수입업, 소방시설업, 석유정제·판매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운송업 등 민생과 밀접한 17개 업종이다.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처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이번 방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과징금 액수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담합이 적발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을 통해 제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반복적인 담합이 기업의 영업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다만 두 차례 담합이 적발됐다고 모든 기업이 곧바로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제재 대상과 처분 수준은 개정될 공정거래법과 업종별 개별법에 따라 결정된다. 당정이 발표한 내용 역시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라 앞으로 추진할 입법 방안이다.
담합을 적발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난다. 현행법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 조사에 착수한 경우 조사 개시일부터 5년의 처분 시효를 두고 있다. 당정은 조사 전 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해 전체 처분 가능 기간을 최대 15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래전에 이뤄진 담합이라도 뒤늦게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담합에 따른 법적 위험을 더 오랜 기간 관리해야 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교복과 교육용 기자재 등 교육 분야의 입찰 담합 감시도 강화된다. 교육청을 공정위의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협조기관으로 명시해 교육청 발주 입찰 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담합으로 올라간 가격을 바로잡는 장치도 마련한다. 공정위가 현재 활용하고 있는 '가격재결정명령'을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 유형에 명시해 담합 이전의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담합에 따른 금전적 제재와 가격 시정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과징금은 법을 위반한 기업에 부과하는 제재지만, 담합으로 높아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 가격재결정명령은 이처럼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다.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제도도 달라진다.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사업자에게 과징금과 고발을 감면해주는 혜택은 유지하지만, 가격재결정명령 등 시정조치까지 면제하지는 않기로 했다.
담합을 스스로 신고한 기업이라도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조치에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진신고에 따른 과징금·고발 감면과 시정조치 적용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지는 개정 법률과 후속 제도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이번 입법 논의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제재 강화가 실제 담합 재발 방지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영업정지나 등록취소가 가능해지면 기업의 법 위반에 따른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반면 의약품이나 석유, 운송처럼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서는 영업 제한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담합을 반복한 사업자를 제재하는 문제와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영업정지 기간과 등록취소 기준, 관계 부처의 처분 절차 등이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설탕과 밀가루, 고추장 등 서민 먹거리 분야의 담합을 제재해왔다며 식품·교육·에너지·생필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에 계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정은 공정거래법과 17개 관련 개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입법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 기업들이 살펴봐야 할 것은 과징금 액수만이 아니다. 담합이 반복될 경우 어떤 업종에서 어느 수준까지 영업이 제한되는지, 자진신고 이후 어떤 시정 의무가 남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꺼낸 이번 입법안이 실제 제도로 이어질 경우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방식은 달라진다.
과징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던 제재에 영업 제한이 추가되는 만큼, 앞으로의 입법 과정과 업종별 처분 기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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