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31일 월요일 06:36
'버스 타고 갈 곳이 사라진다'…노선 4천개 증발, 터미널도 줄폐업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철도 쏠림·코로나 직격탄에 승객 20년 새 58% 감소…10월 버스요금 인상까지 겹쳐

시외·고속버스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31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노선 수는 3천203개로 10년 전 4천584개보다 1천381개, 30.1% 줄었다.
20년 전에는 5천개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에 걸쳐 4천개 가까운 노선이 사라진 셈이다.
시외·고속버스 노선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010년 4천584개였던 노선은 2015년 3천625개, 2020년 3천203개로 줄어드는 흐름을 이어왔다.
◇ KTX·SRT에 밀린 버스…이용객 20년 새 58% 급감
버스 이용객 감소에는 철도망 확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KTX와 SRT가 주요 도시를 빠르게 연결하면서 장거리 이동 수요가 철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2005년 2억8천337만명에서 지난해 1억1천839만명으로 줄었다.
20년 만에 58.2%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버스 대수도 9천582대에서 5천961대로 37.8% 줄었다.
특히 코로나19는 버스업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지난해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4천627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51.9% 줄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승객이 급감하면서 버스 회사들이 노선과 차량, 기사 수를 줄였고 이후 수요가 일부 회복되더라도 다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보고 있다.
◇ 터미널도 사라진다…2018년 이후 44곳 문 닫아
버스 노선 감소는 터미널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민영 버스터미널 44곳이 폐업하거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달 초에는 대전 서남부터미널이 폐업을 신청했다.
전남 곡성군 옥과터미널과 경북 울진군 울진터미널도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 소규모 터미널뿐 아니라 대도시 터미널도 사정이 어렵다.
업계에서는 서울 남부터미널까지 폐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객 감소가 지속되면서 터미널이 임대료와 인건비, 시설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선이 줄면 터미널 수입이 감소하고, 터미널이 사라지면 다시 노선 운영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셈이다.
◇ '철도는 10% 내리고 버스는 9% 올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버스업계에는 부담이다.
KTX와 SRT는 9월 1일 통합 이후 SRT 수준에 맞춰 요금을 약 10% 인하한다.
반면 시외·고속버스는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 경영난을 이유로 오는 10월부터 운임을 약 9% 인상할 예정이다.
철도 요금은 내려가고 버스 요금은 올라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버스는 철도보다 이동시간이 긴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요금 격차가 줄어들 경우 장거리 승객이 철도로 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KTX와 가격 차이가 거의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철도 있는 곳과 없는 곳' 교통 양극화
문제는 모든 지역이 철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철도망이 잘 갖춰진 지역은 KTX와 SRT를 이용할 수 있지만 철도가 없는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 주민들은 시외버스 의존도가 높다.
버스 노선이 사라지면 이들 지역에서는 단순한 이동수단 감소를 넘어 병원 진료와 통학, 출퇴근 등 기본적인 생활 이동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사라지고 있다며 철도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 사이에 '교통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방에서는 이런 문제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자가용 운전이 어렵거나 철도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에게 시외버스는 사실상 유일한 광역 교통수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정부, '필수노선' 지정 추진
정부도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광역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성이 높은 시외·고속버스 노선을 '필수노선'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노선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버스업계는 필수노선 지정뿐 아니라 재정 지원과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확대, 통행료 감면 등 추가 지원책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정부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승객 감소와 노선 축소, 터미널 폐업이 반복되면서 지방 교통망이 더욱 빠르게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가 확대되는 가운데 시외·고속버스를 공공교통망으로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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