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9일 토요일 16:50
슈나벨 ECB 이사 “중앙은행도 온체인으로”…토큰화 지급결제 전환 촉구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중앙은행 준비금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 제안 소매 자금 아닌 금융기관 간 결제·통화정책 집행 인프라가 핵심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중앙은행도 토큰화 금융시장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중앙은행 화폐의 온체인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슈나벨 이사는 28일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중앙은행은 분산원장기술(DLT)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온체인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화폐를 토큰화 환경에 제공해야 안전한 결제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번 발언은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현금이나 은행 예금 전체를 블록체인으로 옮기자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 대상은 금융기관이 증권·채권·담보 거래를 결제할 때 사용하는 중앙은행 준비금, 즉 ‘도매 중앙은행 화폐’다.
슈나벨 이사는 중앙은행 준비금과 토큰화된 담보자산이 동일한 프로그래밍 환경에 존재하면 환매조건부채권 거래와 담보 교환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추가 담보 요청이나 담보 교체, 금리와 접근 조건 변경도 자동화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거래의 자금과 자산이 동시에 이전되는 원자적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거래 당사자와 금융 인프라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메시지 전송과 대조 작업을 줄여 결제 속도를 높이고 거래상대방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슈나벨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준비금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민간 발행사는 금융시장 불안기에 필요한 유동성을 탄력적으로 공급하기 어렵지만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 시장 상황에 맞춰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화폐의 대체재보다 보완재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ECB는 이러한 구상을 ‘폰테스(Pontes)’와 ‘아피아(Appia)’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폰테스는 기존 유로시스템 결제망인 TARGET 서비스와 민간 DLT 플랫폼을 연결하고 향후 ECB가 운영하는 DLT 플랫폼에서 중앙은행 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피아는 중앙은행 준비금과 민간 금융자산을 하나 또는 여러 원장에서 운용하는 장기 금융 인프라를 검토한다.
다만 단일 원장에 금융자산을 집중하면 시스템 장애와 기술 종속, 운영 주체의 책임, 스마트 컨트랙트 오류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여러 원장을 연결하면 유동성 파편화와 상호운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구체적인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ECB가 단순히 기존 결제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통화정책 운영과 유동성 공급 기능까지 토큰화 금융시장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
향후 쟁점은 중앙은행이 직접 원장을 운영할지, 민간 플랫폼과 연결할지, 또는 통합 원장을 구축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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