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31일 월요일 05:39
'빚 갚으려 또 빚낸다'…상반기 채무조정 10만명 육박, 고금리 직격탄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신복위 채무조정 3년 새 56% 증가…개인워크아웃·재대출도 동반 급증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빚을 버티지 못하는 서민과 취약차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과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을 합한 채무조정 확정자는 9만7천199명으로 집계됐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채무조정 인원의 절반을 넘어선 규모다.
채무조정 확정자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2만1천95명이던 채무조정 확정자는 2023년 16만7천370명, 2024년 17만4천841명, 2025년 18만9천62명으로 늘었다.
3년 만에 56.1% 증가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 확정자 가운데 개인 채무자는 8만5천4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영업자 채무조정은 1만2천155명이었다.
이들이 조정을 받은 전체 채무 규모는 5조7천426억원에 달했다.
◇ 연체 시작부터 채무조정…신속채무조정 3년 만에 3배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연체 기간이 30일 이하인 경우 신속채무조정을 이용하고, 31~89일은 사전채무조정,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연체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만6천766명에서 지난해 5만3천551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7천3명이 신속채무조정을 확정받았다.
이는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 초기부터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는 차주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60·70대도 급증…고령층 빚 부담 커졌다
고령층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70대 이상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239명에서 지난해 1천684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60대 역시 같은 기간 1천15명에서 5천339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60대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천800명, 70대 이상은 1천8명으로 집계됐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 신속채무조정 확정자의 14.1%를 차지한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생활비와 기존 대출 원리금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장기 연체도 증가…2분기 개인워크아웃 5년 만에 최대
연체가 90일을 넘어간 장기 연체자도 늘고 있다.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2022년 8만952명에서 지난해 9만9천91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만5천213명이 개인워크아웃을 확정받았다.
특히 올해 2분기 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3만54명으로 최근 5년간 분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 초기 단계뿐 아니라 이미 장기간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까지 동시에 늘고 있는 셈이다.
◇ 빚 조정받고 또 대출…'재차입 악순환'도 커져
채무조정을 받은 뒤 다시 생활자금을 빌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용회복위원회의 성실상환자 소액대출 신청은 2만6천703건으로 집계됐다.
신청 금액은 총 788억3천500만원이었다.
특히 2분기 신청은 1만4천893건, 470억1천900만원으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무조정을 통해 기존 빚의 상환 부담을 낮춘 뒤에도 생계비 부족 등으로 다시 대출을 받는 취약차주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이 같은 '연체→채무조정→재대출'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 기준금리 연속 인상…취약차주 부담 더 커질 듯
시장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취약차주에게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신용도가 낮은 차주는 신규 대출이나 대환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반기 채무조정 신청자가 10만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연체율과 채무조정 신청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고령층 등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이 높은 계층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취약차주가 연체와 재차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재무관리와 재기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존 빚을 조정한 뒤 다시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만으로는 취약차주의 구조적인 상환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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