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31일 월요일 02:09
'강남은 30억 낮춰도 안 팔리는데'…강북은 신고가, 서울 집값 두 얼굴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세제개편안 한 달 만에 강남3구 매물 38% 몰려…대출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 이동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공개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노원·도봉·강북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세제와 대출 규제가 고가주택에 집중되면서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강남 '똘똘한 한 채'도 매물로…20억~30억원 낮춘 급매 등장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한 1주택자도 매도 여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정부 세제개편안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조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장기간 보유해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 우려가 커졌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는 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보다 20억~30억원 낮은 급매물까지 등장했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나왔던 급매물보다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현장에서 나온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가 아파트를 최근 현금으로 매수한 투자자보다는 오랜 기간 거주한 은퇴자와 기존 주민들의 매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는 커졌지만 보유세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금 소득이 적은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에서는 최근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50억원 초반대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권에서는 향후 보유세가 연간 수천만원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1주택자들도 세제개편안의 최종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팔아도 갈 곳 없다…고가 1주택자의 '진퇴양난'
문제는 집을 팔기로 결정하더라도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가 1주택자가 기존 아파트를 매도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하고 새로운 주택을 사는 과정에서는 다시 취득세를 내야 한다.
서울 핵심지역 집값 자체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비슷한 수준의 주택으로 옮기는 이른바 '수평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팔고 싶지만 정작 매도 후 거주할 주택을 찾지 못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집주인 사이에서는 주택을 서로 맞바꾸는 교환거래까지 검토되고 있지만 세금 문제 때문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매도 희망자는 늘지만 매수자는 세제 확정을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강남권에서는 거래보다 매물만 쌓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서울 아파트 매물 한 달 새 12%↑…38%가 강남3구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6만409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30일 기준 6만7,695건으로 늘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약 12%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1,041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서초구가 8,975건, 송파구가 5,903건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매물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3%에 달했다.
서울에서 나온 아파트 매물 10채 가운데 약 4채가 강남3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마포구와 성동구, 동작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에서도 서울 평균보다 높은 매물 증가율이 나타났다.
마포구 매물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5.8%, 성동구는 14.3%, 동작구는 13.0% 증가했다.
◇ 강남과 정반대…노도강은 '팔렸다 하면 신고가'
강남권이 급매물 증가로 고민하는 사이 강북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 등 이른바 '노도강'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고가주택보다 세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기도 쉬워 실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0.29% 오른 가운데 중랑구는 0.56% 상승했다.
성북구와 강북구는 각각 0.55%, 도봉구와 노원구는 각각 0.54% 올랐다.
서대문구도 0.53%, 강서구는 0.50% 상승했다.
서울 평균보다 강북권 상승폭이 오히려 큰 상황이다.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재건축 기대감과 대출 수요가 동시에 몰리며 실거래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상계주공1단지 전용 41.3㎡ 고층은 지난 7월 말 5억2천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8일에는 5억6천만원, 14일에는 5억8천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1년 전 3억원대 초반이던 가격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기존 거래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 '똘똘한 한 채' 잡았지만…중저가 집값 풍선효과 우려
정부는 고가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강한 대출 규제를 적용해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줄이면 서울 전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고가주택의 수요를 억제하자 주택 구매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이 세 부담과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전세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오히려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셋값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강북권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과 향후 국회 논의가 서울 집값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세제개편안이 기존 방향을 유지할 경우 강남권에서는 내년까지 절세를 위한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1주택자 관련 세제가 일부 완화되면 현재 쌓이고 있는 급매물이 다시 회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강남에서는 '팔 사람은 늘고 살 사람은 기다리는' 시장이, 강북에서는 '살 사람은 늘고 매물은 부족한' 시장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지역별 온도차가 한층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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