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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2일 월요일 21:01

[기자수첩] "지금 집 안 사도 손해 안 본다"는 LH 사장의 위험한 자신감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집값 급락 전망에 무주택자 대출규제까지…공급 성과보다 앞선 장담, 책임은 누가 지나

이성훈 LH 사장 [사진=연합뉴스]
▲ 이성훈 LH 사장 [사진=연합뉴스]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말은 집을 가진 사람보다 집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더 무겁게 들린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으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오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라는 말은 단순한 조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발언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사장은 향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LH가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고 금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집값이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발언의 주체다. 부동산시장 전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판단 역시 자유롭다.

그러나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LH 수장이 국회에서 집값 급락 가능성을 강조하고, 이를 근거로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집값은 공급 계획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이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되는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착공과 준공,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몇 년 뒤 공급될 주택은 현재의 주거 불안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지역별 수급 상황도 다르다.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으로 가격이 오르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

전국적인 공급 확대가 곧바로 모든 지역의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이 사장의 발언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의 흐름과도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0.42% 상승했다. 성북구는 16.52%, 서대문구는 14.40%, 강서구는 14.39% 올랐다. 반면 강남구 상승률은 1.40%에 그쳤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대출규제로 고가 주택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주거 수요가 사라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대출을 막는다고 주택 수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장은 앞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현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활용해 경쟁적으로 집을 사는 현상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과도한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은 가계부채를 키우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무리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과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대출이 줄어도 현금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소득은 있지만 충분한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대출은 사실상 내 집 마련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이들에게 대출 문턱을 더 높이면서 집값이 떨어질 테니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집값 급락을 전망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 사장은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을 근거로 들었지만,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금리와 유동성, 지역별 입주 물량, 소득 수준, 전월세시장 상황, 주택 매입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설명도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반드시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량만 줄어들거나 매매시장에서 밀려난 수요가 임대차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전월세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공기관장의 말이 국민의 실제 경제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뤘는데 몇 년 뒤 가격이 더 오른다면 누가 그 손실을 책임질 것인가.

반대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지역별 공급 일정과 가격 안정 효과를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LH의 역할은 집값의 고점과 저점을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을 적기에 공급하고 주거 취약계층의 부담을 낮추는 데 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의지는 실제 공급 성과와 실행 능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집값이 반드시 오른다는 장담이나 곧 폭락할 것이라는 예언이 아니다.

일해서 모은 돈과 감당 가능한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장, 집을 사지 않더라도 과도한 주거비 부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집 안 사도 손해 안 본다"는 말은 지나치게 가볍다.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은 단순한 투자 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반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급은 아직 진행 중이고 가격 하락은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다. 하지만 대출규제의 부담과 주거 불안은 실수요자들이 지금 당장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틀렸을 때 LH 사장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장이라면 가격을 장담하기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일정과 실질적인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그때 보여줘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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