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5일 목요일 11:08
삼성전기 15% 폭락…AI 부품주까지 직격탄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100만원선 붕괴, AI 인프라 전반 매도세 확산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던 삼성전기가 하루 만에 15% 넘게 폭락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과 전력기기 등 AI 인프라 관련 기업 전반으로 매도세가 번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 대비 17만1000원(15.34%) 하락한 9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3만4000원까지 밀리며 100만원선이 무너졌다.
이날 삼성전기는 106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 초반부터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장중 낙폭이 16%를 넘어서기도 했으며, 거래대금은 약 1조3144억원에 달했다.
이번 급락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AI 산업 규제 강화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과반을 확보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경우 AI 서버용 반도체와 전자부품 수요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특히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핵심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집중됐다.
삼성전기의 대표 제품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높은 전력과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필요해 고성능 MLCC 사용량이 많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기판이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확대될수록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시장 성장에 대응해 생산시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세종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세종사업장에는 4조2700억원, 베트남 생산법인에는 2조5100억원을 투입해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서버용 MLCC 분야에서도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약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AI 서버용 MLCC와 FCBGA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회사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추가 공급 요청이 지속되고 있으며, 생산능력 확대에도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제 사업에서는 AI 관련 부품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성장 기대를 반영해 상승했던 종목들에 매도세가 집중된 것이다.
반도체 대형주 역시 동반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57% 하락한 20만1500원, SK하이닉스는 9.46% 떨어진 126만400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도 9.13% 하락했다. 인쇄회로기판 관련 기업인 이수페타시스와 심텍은 각각 13.54%, 17.97% 급락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LS일렉트릭은 13.87%, 효성중공업은 12.59% 떨어졌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전력설비 등 AI 산업 공급망 전반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확산된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0포인트(5.28%) 하락한 5383.8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92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급락이 개별 기업의 실적 악화보다 AI 산업 전반에 대한 성장 기대와 정책 불확실성 사이의 충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규제 강화 가능성이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 의회의 입법 과정과 규제 범위,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에 따라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확보한 장기공급계약과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AI 관련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 급락이 곧바로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 훼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고성능 MLCC와 반도체 기판의 수요 증가 속도에도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주가 흐름에서는 미국 AI 규제 논의의 구체화 여부와 외국인 수급 변화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AI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 삼성전기의 장기공급계약이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15%대 폭락은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더라도 정책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과 전력기기까지 매도세가 확산된 가운데, 이번 급락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지 AI 인프라 관련주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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