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8일 목요일 02:32
“금리 인하보다 인상 신호”…한은, 물가 부담에 기준금리 동결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물가·성장 전망 동반 상향…시장 관심은 하반기 긴축 전환 여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8번째 동결이다. 다만 시장은 이번 결정을 단순한 관망보다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통위가 금리를 일단 묶어둔 것은 중동 정세와 유가, 물가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물가와 성장 전망이 동시에 상향 조정되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인하보다 긴축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최근 물가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1.9%에 달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자물가 역시 2.5% 오르며 비용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올렸다. 내년 전망치도 2.0%에서 2.3%로 상향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앞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장 전망도 높아졌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기 회복을 이끌면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했다. 이는 한은의 2월 전망치를 크게 웃돈 수치다. 한은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로 올려 잡았다.
물가와 성장 흐름만 보면 금리 인상 여건은 이전보다 뚜렷해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도 한은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환율 불안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와 금융안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통화정책 방향도 변수다. 중동발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미국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경우, 한은 역시 환율과 자본 흐름을 고려해 완화적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의결문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이 인상 쪽으로 이동할 경우, 이번 동결은 사실상 긴축 전환을 예고한 결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통위원들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유상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상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고, 김진일 신임 금통위원도 취임사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했다.
한은은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이라는 네 가지 변수는 모두 긴축 쪽을 가리키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제 이번 동결 자체보다 한은이 언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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