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서울

블록체인서울

뉴스

2026년 7월 22일 수요일 09:46

“명태균이 거짓말쟁이”라는 말로 끝낼 일인가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오세훈 시장, 1심 유죄보다 더 무거운 해명의 책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서울시장직을 잃게 되는 중대한 판결이다.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어 유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 서울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비공식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여론조사 몇 건을 받아봤느냐가 아니다.

정치인이 선거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했는지에 관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이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는 돈의 흐름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에게 필요한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대신 지급했다면, 이는 단순한 호의나 친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한 문제가 된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했고,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총 2천10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오 시장이 당시 당내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보다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할 동기가 있었다고 봤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절반만 유죄로 인정됐지만,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이라는 사건의 핵심 구조는 유죄로 판단된 셈이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천하의 거짓말쟁이 명태균의 진술과 간접 증거만으로 선고됐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피고인이 판결에 불복하고 상급심에서 다시 다투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현직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대응은 단순한 불복 선언이나 상대방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명씨가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오 시장 측과 명씨 사이에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 여론조사 결과는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비용 지급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원 역시 명씨의 진술 하나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화 내용과 관계자 진술, 당시 정치적 상황, 여론조사 결과 전달 과정과 비용 지급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는 것이 1심 판결의 취지다.

오 시장이 실제로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았고 대납 사실도 몰랐다면, 명씨를 비난하는 대신 연락과 거래의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누가 먼저 여론조사를 제안했는지, 조사 결과를 몇 차례 전달받았는지, 김씨의 비용 지급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책임이 있다.

“거짓말쟁이의 진술”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반격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공적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재판부가 지적한 오 시장의 태도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의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고,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 법원의 평가이고 상급심에서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낸 정치인이라면 선거 비용과 정치자금 처리에 누구보다 엄격했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개인 정치인이 아니라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이다.

서울시는 주택과 교통, 복지, 안전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을 집행한다.

시장의 법적 지위가 흔들리면 시정의 안정성과 정책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나 보궐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서울시 전체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다.

그렇다고 1심 판결만으로 즉각 사퇴를 단정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죄추정 원칙과 항소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다만 법적 무죄추정과 정치적 책임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명을 피하거나 모든 의혹을 정치적 공격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법리와 증거를 다투면 된다. 동시에 시민 앞에서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더욱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비공식 여론조사가 왜 필요했는지, 비용은 왜 정상적인 선거 회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측근과 후원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여론조사를 선거 전략의 은밀한 도구로 활용하고 그 비용을 불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유력 정치인과 브로커, 후원자 사이의 비공식 거래가 반복된다면 정치자금법과 선거 회계 제도는 껍데기에 불과해진다.

오 시장이 억울함을 주장하려면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사실을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

명태균 씨가 어떤 인물인지를 강조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몰랐는지를 증거와 함께 설명해야 한다.

지금 시민들이 묻는 것은 명씨가 거짓말쟁이인지가 아니다. 서울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어떤 여론조사를 요청했고, 그 비용을 누가 왜 대신 냈느냐는 것이다.

Copyrights ⓒ BLOCKCHAINSEOU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규제
목록